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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의 순천만 이야기⑨ 논습지

황선미의 순천만 이야기⑨ 논습지

by 운영자 2015.08.21

논습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순천만 대대제방은 육상과 해상의 경계지점이다.한쪽은 연안습지라 부르는 갯벌 위에 갈대가 무성히 자라고 있고 다른 한쪽은 인공습지인 논에서 갈대와 같은 벼과식물인 벼가 자라고 있다.

풀숲을 헤치고 논두렁을 따라 걸으면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 말똥게, 그리고 간혹 드렁허리의 날쌘 움직임도 포착된다.

저 멀리 논 한가운데서 피를 뽑고 있는 아낙의 구부러진 자세는 바로 옆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백로, 황로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러고 보니 갯벌에서 널을 타고 이동하는 아낙의 모습과 도요새의 모습도 그러했다.

이번 주는 해상의 경계와 맞닿아 있는 논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람사르총회(습지에 관한 국제적인 조약)에서 논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제8차 회의 때부터다.

그리고 이어진 2005년 제9차 우간다 캄팔라총회에서 일본의 카부리쿠리 늪과 인근 논이 세계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돼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2008년 제10차 대한민국 창원총회에서 일명 ‘논습지결의안’이 채택되고 이후 국내에서도 인천 초지리 매화마름 군락지(3015㎡)가 논습지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됐다.

논습지는 쌀을 생산하는 기간에는 대부분 담수상태가 유지되고 수확 후에는 배수가 되는 인공습지다. 갯벌이 하루에 2번씩 바다와 육지가 된다면 논은 봄부터 여름동안 얕은 늪이 되고 가을부터 겨울동안 육지가 되는 것이다.

논습지가 갖는 생태적 기능은 다양한 생물 서식지를 제공하고, 지하수 저장, 산소공급, 온도조절, 온실가스 흡수 등 매우 다양하다.

작년 말 순천시는 천마리의 학이 도래하는 천학의 도시가 되었다. 주민과 함께 논습지를 중심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철새 서식지 환경개선 정책의 성과로 분석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동천하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순천만과 인접한 동천하구와 주변 논습지는 703종의 생물이 분포해 생태학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임이 밝혀졌다.

이는 그동안 순천만의 생태적 건강성을 도심으로 유인해 도심 전체를 생태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순천만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순천시의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전국 최초로 연안습지(순천만갯벌), 하구습지(동천), 논습지(주변농경지)를 연계한 습지생태축을 람사르습지로 등록하고 통합적인 습지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현 세대는 물론이고 미래세대에게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물려주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