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황선미의 순천만 이야기⑭ 도요새

황선미의 순천만 이야기⑭ 도요새

by 운영자 2015.10.02

지구의 여름 찾아 이동하는 ‘도요새’
18년 만에 뜬 슈퍼문의 위력은 대단했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 바닷물이 육지로 가장 높게 올라오는 만조시간에 순천만 갈대숲탐방로가 1시간 동안 침수되었다.일부 탐방객들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맨발로 첨벙첨벙 순천만 바닷길을 걷는 체험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

물가를 따라 먹이를 찾던 도요물떼새들은 갯벌이 완전히 잠기면 주변의 폐염전이나 고위도의 염습지로 잠시 이동한다.

그리고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면 재빨리 갯가로 나가 먹이를 찾아 바삐 움직인다.

도요물떼새는 갯벌과 하구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습지를 좋아하는 새다. 일년 중 절반을 이동하거나 이동을 준비하는 시간에 할애할 정도로 이들의 삶은 여행의 연속인 셈이다.

도요물떼새에 속하는 많은 종은 지구의 북반구에 있는 습지에서 번식하고 겨울을 피해 연간 2만 5000~3만㎞의 장거리를 이동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가을이면 고위도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는데 순천만을 비롯한 우리나라 갯벌은 이들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이다.

목적지인 호주, 뉴질랜드 등 지구 남반구에서 여름을 보낸 뒤 다음해 봄이 되면 다시 번식지로 향한다.

도요물떼새는 이동을 시작하면 3~7일간 먹거나 마시는 과정을 생략한 채 3000 ~ 8000km를 이동한다. 생의 절반을 비행해야 하는 숙명 때문에 모든 신체구조는 비행하기에 효율적으로 발달했다.

날개는 가늘고 뾰족해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다리근육과 같은 불필요한 근육은 축소시켰다. 비행 중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소화기관의 크기나 무게도 줄였다.

대신 비행에 필수적인 가슴근육은 발달시키고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인 피하지방은 축적하여 장거리 여행에 대비한다.

너무 많은 지방을 쌓아 몸이 비대해지면 행동이 둔해져 포식자의 공격을 받게 돼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 축적량은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 양에 따라 결정된다.

최종 목적지를 향해 비행하는 패턴은 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깝작도요처럼 중간 기착을 많이 하는 종은 적은 양의 지방을 축적한다. 여러 곳의 습지에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붉은어깨도요나 붉은가슴도요처럼 이동 중 한 곳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종들은 많은 양의 지방을 축적한다.

10월 중순까지 순천만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도요물떼새류의 이동이 끝나면 겨울철새들이 본격으로 도래할 것이다.

뿅뿅뿅~~ 도요새 울음소리 가득한 갯벌의 고요한 평화가 국가와 세대를 뛰어 넘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