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부는 따뜻한 인간 본성의 실천이다

기부는 따뜻한 인간 본성의 실천이다

by 운영자 2015.12.30

불황여파로 기부하는 시민이 줄었다는 씁쓸한 기사와 더불어 매년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공동모금회의 희망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이 전남지역에서 전국 평균보다 낮은 27.3도(약 21억 6900만 원, 2015년 12월 26일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에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기부에 대한 나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나의 첫 기부는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매일 아침 어머니는 아버지 출근을 준비하시면서 아버지의 바지호주머니에 있는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동전들과 소액의 지폐를 빨간 돼지저금통에 차곡차곡 넣어두셨다. 때로는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며 5000원 이상의 지폐를 넣고 정성스레 돼지저금통을 향해 가족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시곤 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신문을 바닥에 넓게 펼쳐 놓으시고 동생과 나에게 불에 달군 칼로 배를 가른 빨간색 돼지저금통을 내미시며, 저금통 안에 있는 돈들을 세어보라고 하셨다.

그 돈을 꺼내 동전은 10개씩 일렬로 세워 놓고, 꼬깃꼬깃 구겨진 지폐는 하나씩 펴서 무게가 제법 되는 테이블 다리 사이에 끼워 빳빳하게 펴지도록 했다.

우리는 너무도 궁금한 나머지 그 돈의 용도를 어머니께 계속 추궁하듯 물었다. 어머니는 다음날 나와 동생을 이끌고 봉은사에 데리고 가서 목에 줄이 달린 지갑 안에 동전들을 가득 넣어주시며 걸인 한 명당 5개의 100원짜리 동전을 나눠주라고 말씀하셨다.

그날은 바로 부처님오신날로, 사찰 앞에 걸인들이 기억컨대 대웅전 앞마당까지 약 300미터 이상을 서있거나 앉아서 구걸하고 있었다.

나와 동생은 그 길을 걸으며 천진난만하게 100원짜리 동전들을 세면서 나눠주었고 그것은 먼저 절 안으로 들어간 어머니를 대신한 기부였다.

그 경험이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그런지 나는 사회복지전공자로서 많은 전공서적들을 통해 배웠던 거창한 후원과 기부의 설명보다 어릴 적 어머니의 모습에서 기부에 대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기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해외 10대 뉴스 중 하나로 선정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보유한 페이스북 주식 99%를 기부한다는 소식과 고(故) 앙드레김의 아들 김중도씨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아너소사이어티(개인고액기부자모임)에 가입했다는 훈훈한 소식에 그나마 꽁꽁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진다.

지역의 기부 문화를 확산하고자 앞장선 순천시장, 횟집을 운영하면서 판매금의 일정액을 기부한 전남 최초 부부 기부자, 암 투병을 하는 남편을 간호하면서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자신의 암진단비에 일정금액을 더 보태어 기부한 50대 주부 등의 신문기사를 보면서 이들의 선행이 참으로 훌륭한 사회복지실천가의 면모라 생각된다.

나눔은 가슴에서 솟아나는 인간본성의 실천이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 인간은 본성적으로 다른 사람의 불행에 공감하게 된다.

내 몫을 선뜻 타인에게 나눌 수 있는 그 마음으로 인해 세상은 더 따뜻하고 살만한 곳으로 바뀌게 되고, 또한 베푸는 나의 마음도 행복해지게 된다.

물질적인 현금기부뿐만 아니라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해 물건의 생명을 연장하는 물품기부, 시간을 내어 가까운 복지시설에 자원봉사를 나서는 재능기부 등은 우리사회를 아름다운 세상으로 한발 더 나가가게 하는데 일조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2015년이 저물어가는 12월의 끝자락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다 같이 따뜻하게 만들어 보면 어떨지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