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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천지

꽃천지

by 운영자 2016.04.11

바람결에 안겼다가/ 그 바람을 뱉는 꽃잎// 수 천의 나비떼가/ 나래를 펼쳐 놓아// 하늘 다 가려놓았다/ 빈틈없이, 저 벚꽃! 천지엔 봄꽃이 한창이다.

긴 겨울을 견뎌온 꽃들이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다. 꽃들의 잔치, 꽃들이 저마다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고 자신들의 자태를 한껏 뽐내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마치 예쁜 꽃들이 인간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나처럼 웃어 보렴/ 나처럼 밝아 보렴// 싱싱한/ 기쁨 한 송이/ 건네주고 싶은 그대’(졸시, 「기쁨 한 송이」 부분)처럼 꽃들이 말을 걸으며 ‘나처럼 웃어 보세요, 나처럼 밝아 보세요’라고 말하며 기쁨을 전해 오는 것 같아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도 공연히 설레고, 마치 봄비를 맞고 난 초목처럼 마음 가득 상큼함이 넘친다.

식구든, 친구든, 연인이든 누군가를 불러내어 함께 보며 그 기쁨을 함께 누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불현듯 드는 아름다운 봄날이다. 그래서 처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여 봄에는 처녀들이 바람이 나나 보다.

봄바람에 의해 아름답게 피는 꽃, 꽃들은 모두 그 피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지만, 특히 요즘 가로수로 많이 심는 벚꽃들, 봄날 한꺼번에 개화한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진해 벚꽃제인 군항제를 비롯하여 여의도 벚꽃축제, 강릉 경포대 옆의 벚꽃들……. 내가 본 모든 벚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가슴에서 다투어 핀다. 하늘조차 보이지 않도록 빽빽하게, 빈틈없이 꽃잎이 눈 앞을 가리고 있는 모습, 아름답다. 그 밖에 전국 곳곳의 여러 곳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벚꽃들…….

우리들의 인생도 저렇게 봄꽃처럼 활짝 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 꽃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은 그 아름다움에 대한 설레임 덕분에 잠시 동안이라도 고민과 시름도 내려놓게 될 테니까.

그렇게 지천으로 피고 날리던 꽃들도 비가 내리고 나면 많이 떨어져서 보는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인간의 심리는 아름다운 것은 더 오래 사랑하고 싶고, 오래 보고 싶고, 오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활짝 피었던 벚꽃이 봄비에 져 내리는 모습을 보면, 고등학교 때 열심히 외우던 시, 아직도 내 가슴에 아름답게 남아있는 이형기의 ‘낙화’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아름답게 꽃이 지고 있는 모습의 낙화를 보면서 우리들의 생도, 사랑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그 누군가의 가슴 속에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지만, 이별할 때도 열매 맺는 성숙을 위하여 지는 꽃잎처럼 그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으며, 영혼의 성숙을 위해 자기 길을 가야함을 말해 주고 있는 시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꽃이 피는 계절, 우리들의 마음도 꽃처럼 활짝 피어 아름답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