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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추락,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교권 추락,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by 운영자 2016.07.25

수 필
얼마 전 떠들썩했던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우리나라 교권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성범죄는 매일 같이 언론에 등장하는 단골메뉴지만 이번 사건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거기에 학부모가 관련됐다는 사실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아무리 옛말이라지만 학부모가 자녀의 담임교사를 성폭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교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땅에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직업에 대한 선호도를 보면 학생이나 학부모나 ‘교사’가 단연 1위다. 그래서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입시 경쟁률은 늘 고공행진이다.

교사 임용시험 또한 바늘구멍에 비유될 만큼 대단히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관문을 뚫고 교직에 나온 교사가 직면하는 현실은 어떤가!

막무가내로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 자식의 손끝이라도 건드릴세라 호랑이처럼 으르렁대는 학부모! 제자 사랑의 부푼 꿈을 펼치기도 전에 새내기 교사는 기가 질리고 만다. 어디 새내기교사뿐이랴! 모든 교사들이 멍든 가슴을 안고 살아간다.

교직선호도는 높지만 교사의 직무만족도나 자기효능감은 OECD 국가 중에서 바닥권을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의 기이한 현상이다.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생활지도이다.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도통 듣지 않는다. 마땅치 않으면 욕하고 대들기까지 한다. 한 마디로 교사를 우습게 안다.

수업시간에 함부로 장난을 쳐도 선생님은 말로 타이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과거에는 회초리를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체벌은 곧 폭행이자 아동학대로 규정돼 체벌교사는 형사 입건되고 징계를 받는다.

기껏해야 교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아이를 교실 뒤에 나가서 서 있게 하는 일인데, 거기서도 아이가 반성하지 않고 떠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옛날에는 수업 방해 학생들을 복도에 나가 있도록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학부모가 학생의 수업권을 박탈했다고 항의를 하면 교사는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아이들은 이러한 교사의 약점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기에 더 이상 선생님을 무서워하지 않고, 어디 해볼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막되게 나오는 것이다.

언젠가 학생들에게 주먹질을 당하는 교사의 모습이 방송을 탄 적이 있다. 학생들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 하고 분개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교사는 왜 저렇게 당하고만 있는가 하고 의아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교단의 현실이다.

학생들이 교사를 때린다고 교사가 똑같이 대응하면 결국 교사는 아동을 학대한 범죄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모든 제도적 장치가 교사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는 터라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굴욕적이지만 차라리 당하고 마는 편이 나은 것이다.

학부모의 교권 침해도 정도를 넘었다. 자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대뜸 감정부터 앞세운다. 학교까지 찾아와 폭언과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교사의 멱살을 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중에 진상이 밝혀져 사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교사는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입고 만신창이가 된 이후다. 교사들은 지금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왜 우리나라 교육현장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학생 인권만 중시하고 교권을 너무 등한시 한 탓이 아닌가? 학생들에게는 많은 자율을 허용하고 교사에게는 그것들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각종 법규로 못을 박아놓았으니, 학생에게는 날개를 달아준 대신 교사의 손과 발은 꽁꽁 묶어놓은 꼴이 아닌가?

훈육 차원의 체벌을 폭행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교사의 체벌은 학생을 바르게 이끌기 위한 의도에서 행해지는 만큼 상대방을 해칠 의도를 갖고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폭행과는 구별돼야 한다.

그렇지만 현행법은 선의의 체벌을 악의적인 폭행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어떻게 교육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결국 교육은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교사들이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려 있는 우리 교육현장은 위기상황이다. 학생들을 지도할 아무 수단도 주지 않고 교육을 하라는 것은 총도 주지 않고 전쟁에 나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언제까지 교사의 희생만을 강요할 것인가! 교권 추락을 더 이상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 교권이 살지 않으면 절대로 교육이 살 수 없다. 교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교육당국은 이러한 교단의 현실을 직시하고 하루빨리 교권을 되살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