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잠깐 멈춤’의 미학

‘잠깐 멈춤’의 미학

by 운영자 2016.12.12

UN에서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국가는 덴마크이며 우리나라는 58위에 머물고 있다.어수선한 시국 탓에 58위라는 순위에 만족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1인당 GDP가 세계 29위이고 ‘한강의 기적’이라 칭송될 만큼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우리 경제를 감안해 본다면 이러한 결과가 의외라고 행복연구학자들은 말한다.

물질적 삶이 편안해졌지만 이것이 곧 삶의 만족도로 연결되지 않은 결과로 인해 많은 연구자들은 우리나라를 ‘연구대상국가’라고 논평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물질적 풍요의 양적 성장이 정신적 풍요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기다리기’보다는 ‘빨리빨리’ 모든 것을 처리하고자 하는 조급함이 강하고, ‘내’가 중심이 아니라 ‘남’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낙오자라고 생각한다.

덴마크 행복연구소 마이크 비킹 소장은 북유럽국가 중에서 덴마크의 행복지수가 유독 더 높은 이유는 ‘휘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어 휘게(Hygge)는 영어로 ‘coziness’로 편안함, 안락함을 뜻한다.

즉, 행복은 정신적으로 평화롭고, 화목하고, 따뜻할 때 찾아오는 것이라는 것.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차분히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필요하다.

조급함이 아니라 느림과 정신적인 고요함이 필요한 것이다.

얼마 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대통령 자유의 메달’ 수여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 배우 톰 행크스 등 메달 수여자들이 수여식 도 중‘마네킹 챌린지’를 했다는 해외토픽기사를 보고 그들의 유쾌한 느림의 미학을 생각하게 됐다.

‘마네킹 챌린지(Mannequin Challenge)’란 사람들이 잠시 마네킹처럼 부동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어릴 적에 해 봤던 얼음땡놀이에서 ‘얼음’에 해당하는 모습이다.

왜 이 같은 장난 같은 퍼포먼스가 우리에게 유쾌하면서도 약간의 편안함을 주는 것일까?

축하할 자리에서 각종 연설 등으로 모든 것을 쏟아내기보다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기쁨을 한동안 즐기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들의 정신적 여유를 같이 즐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주위에서도 느림에 대한 가치를 조명하기 위한 노력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순천시에서 진행하는 ‘행복리더교육’에 우연한 기회로 참여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멈춤’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들은 너무나 바빠 멈추지 않고 달리기만 하고, 전력을 다해 쉼 없이 뭔가를 해야만 살아있다고 느낀다. 늘 채우려고 아등바등 발버둥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 뒤를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소리 없는 아우성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책에서 언급했듯 ‘잠깐 멈춤’을 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동안 들리지 않는 것들이, 그동안 느끼지 않았던 것들이 서서히 확인되고 나의 목표와 방향이 오롯이 길을 찾게 될 때 우리는 마음의 평안을 찾고, 지금보다 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잠시 어릴 적 얼음땡놀이를 했던 기억을 되살려 함께 있는 사람들과 얼음이 돼 일상을 ‘멈춤’으로써 잠시나마 자신의 현재의 순간을 즐기는 기회를 가져 보기를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