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덕을 칭송함
닭의 덕을 칭송함
by 운영자 2017.01.04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올해는 닭의 해이다. 그 가운데서도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다.
닭은 우리 인간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동물이다.
예로부터 농가에서는 집집마다 닭을 기르며 달걀을 내먹고 귀한 손님이 올 때는 닭을 잡아 대접했다.
씨암탉의 천적이 무엇이냐는 우스개도 등장했다시피 집에 백년손님이 오면 장모가 하는 첫 번째 일이 닭 잡는 일이었다.
그리고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새해 아침 떡국에도 닭고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뿐인가. 긴긴 겨울밤 동네 젊은이들이 모여 앉은 놀이판에서 흥을 돋우는 것도 닭서리가 아니었던가.
더욱이 닭은 시계가 없던 시절에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새벽녘에 울리는 ‘꼬끼오!’ 소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라는 신호였다.
이 울음소리에 맞춰 선비들은 일어나 앉아 서안을 끌어당겨 어제 읽던 책을 다시 펼쳤고, 농부들은 새끼를 꼬거나 짚신을 삼거나 외양간에 나가 쇠죽을 쑤었으며, 아낙들은 부엌에 나가 또닥거리며 아침거리를 준비했다.
부지런하기로 이름난 정조 임금은 침소 근처에 닭을 길렀다고 한다.
“나는 촛불 아래서 상소나 장계, 혹은 옛사람의 글을 읽다가 밤늦게 자리에 들어 날이 새는 줄을 모르는 때가 있으므로 횃대를 설치해 새벽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그렇게 빨리 일어나서 정사를 돌볼 준비를 했기 때문에 길지 않은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종에 버금가는 성군으로 추앙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옛사람은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고 해, 닭에게 다섯 가지 덕(德)이 있다고 말했다. 닭은 머리에 관을 썼으니 ‘문(文)’의 덕이 있고,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의 덕이 있으며, 적을 만나면 싸우니 ‘용(勇)’의 덕이 있고, 먹을 것이 있을 때는 서로 부르니 ‘인(仁)’의 덕이 있으며, 때에 맞춰 울음을 우니 ‘신(信)’의 덕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한(前漢)의 한영이 쓴 ‘시경(詩經)’ 해설서인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온 말이다. 그만큼 닭이 우리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겠다.
나는 어렸을 때 닭을 쳐본 경험이 있다.
시골에서 암탉을 기르는 데, 기특하게도 주인을 알아봤다.
나만 나타나면 어디선가 놀다가 조르르 달려왔다. 내가 모이를 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닭에게 이름까지 붙여주고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잠적해버렸다. 행방이 묘연했는데, 이리저리 찾아보니 농막 처마 아래 옴팍한 곳에 숨어서 알을 품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기다 알을 수북이 낳았고, 그것을 부화하기 위해 산고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병아리를 달고 다니며 어미노릇을 하는 것을 보며 닭의 생태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요즘도 닭의 인기는 여전하다. 시내 곳곳에 성행하는 통닭집을 보라! 배달민족의 후예답게 언제든 전화 한 통이면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닭튀김이나 양념통닭이 안방까지 척척 배달된다.
학교급식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닭요리이다.
어쩌다 닭찜이나 닭튀김이 나왔다 하면 한번 먹은 친구들이 다시 슬쩍 줄을 설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선생님들이 애들에게 한턱 낼 때도 단골메뉴가 바로 이 닭튀김이다.
옛날 춘원 이광수는 “소는 짐승 중에 군자다”라고 하며 소의 덕을 칭송해 ‘우덕송(牛德頌)’을 지었다. 닭이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간을 위해 공헌하는 것을 생각하면 가히 ‘계덕송(鷄德頌)’도 나올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올해는 이 무슨 불운인가!
닭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주인공들이 대량 매몰 처분되고 있는 것이다.
수천만 마리의 닭들이 명대로 살지 못하고 땅속에 생매장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로 인해 평소 3000~4000원 하던 달걀 한 판의 값이 1만 5000원까지 폭등하고 있다. 이는 이전에는 없던 일이 아닌가.
닭의 해를 맞아 닭의 안녕을 위해 이 몹쓸 전염병이 어서 빨리 물러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국민도 닭이 지닌 ‘문’, ‘무’, ‘용’, ‘인’, ‘신’의 다섯 가지 덕을 몸에 익혀 좀 더 슬기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닭은 우리 인간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동물이다.
예로부터 농가에서는 집집마다 닭을 기르며 달걀을 내먹고 귀한 손님이 올 때는 닭을 잡아 대접했다.
씨암탉의 천적이 무엇이냐는 우스개도 등장했다시피 집에 백년손님이 오면 장모가 하는 첫 번째 일이 닭 잡는 일이었다.
그리고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새해 아침 떡국에도 닭고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뿐인가. 긴긴 겨울밤 동네 젊은이들이 모여 앉은 놀이판에서 흥을 돋우는 것도 닭서리가 아니었던가.
더욱이 닭은 시계가 없던 시절에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새벽녘에 울리는 ‘꼬끼오!’ 소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라는 신호였다.
이 울음소리에 맞춰 선비들은 일어나 앉아 서안을 끌어당겨 어제 읽던 책을 다시 펼쳤고, 농부들은 새끼를 꼬거나 짚신을 삼거나 외양간에 나가 쇠죽을 쑤었으며, 아낙들은 부엌에 나가 또닥거리며 아침거리를 준비했다.
부지런하기로 이름난 정조 임금은 침소 근처에 닭을 길렀다고 한다.
“나는 촛불 아래서 상소나 장계, 혹은 옛사람의 글을 읽다가 밤늦게 자리에 들어 날이 새는 줄을 모르는 때가 있으므로 횃대를 설치해 새벽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그렇게 빨리 일어나서 정사를 돌볼 준비를 했기 때문에 길지 않은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종에 버금가는 성군으로 추앙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옛사람은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고 해, 닭에게 다섯 가지 덕(德)이 있다고 말했다. 닭은 머리에 관을 썼으니 ‘문(文)’의 덕이 있고,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의 덕이 있으며, 적을 만나면 싸우니 ‘용(勇)’의 덕이 있고, 먹을 것이 있을 때는 서로 부르니 ‘인(仁)’의 덕이 있으며, 때에 맞춰 울음을 우니 ‘신(信)’의 덕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한(前漢)의 한영이 쓴 ‘시경(詩經)’ 해설서인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온 말이다. 그만큼 닭이 우리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겠다.
나는 어렸을 때 닭을 쳐본 경험이 있다.
시골에서 암탉을 기르는 데, 기특하게도 주인을 알아봤다.
나만 나타나면 어디선가 놀다가 조르르 달려왔다. 내가 모이를 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닭에게 이름까지 붙여주고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잠적해버렸다. 행방이 묘연했는데, 이리저리 찾아보니 농막 처마 아래 옴팍한 곳에 숨어서 알을 품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기다 알을 수북이 낳았고, 그것을 부화하기 위해 산고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병아리를 달고 다니며 어미노릇을 하는 것을 보며 닭의 생태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요즘도 닭의 인기는 여전하다. 시내 곳곳에 성행하는 통닭집을 보라! 배달민족의 후예답게 언제든 전화 한 통이면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닭튀김이나 양념통닭이 안방까지 척척 배달된다.
학교급식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닭요리이다.
어쩌다 닭찜이나 닭튀김이 나왔다 하면 한번 먹은 친구들이 다시 슬쩍 줄을 설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선생님들이 애들에게 한턱 낼 때도 단골메뉴가 바로 이 닭튀김이다.
옛날 춘원 이광수는 “소는 짐승 중에 군자다”라고 하며 소의 덕을 칭송해 ‘우덕송(牛德頌)’을 지었다. 닭이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간을 위해 공헌하는 것을 생각하면 가히 ‘계덕송(鷄德頌)’도 나올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올해는 이 무슨 불운인가!
닭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주인공들이 대량 매몰 처분되고 있는 것이다.
수천만 마리의 닭들이 명대로 살지 못하고 땅속에 생매장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로 인해 평소 3000~4000원 하던 달걀 한 판의 값이 1만 5000원까지 폭등하고 있다. 이는 이전에는 없던 일이 아닌가.
닭의 해를 맞아 닭의 안녕을 위해 이 몹쓸 전염병이 어서 빨리 물러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국민도 닭이 지닌 ‘문’, ‘무’, ‘용’, ‘인’, ‘신’의 다섯 가지 덕을 몸에 익혀 좀 더 슬기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