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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살 대성당도 늙는구나

854살 대성당도 늙는구나

by 운영자 2017.09.15

첫인상의 잔상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둘러본 것은 1981년, 36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선명하다.가이드는 입장하기 전 건물 정면 3개의 문부터 외벽 조각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 등 폭넓게 설명했다. 관심은 종루가 두 개의 첨탑 가운데 어느 쪽에 있는지 궁금했다.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안소니 퀸이 애증 교차하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종을 치는 장면이 애잔하게 떠올랐다.

남쪽 탑에 무게 13톤의 종이 있다고 한다. 387개의 계단을 올라가 파리 시내를 조망할 수 있으나 성당 내부를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장미창’으로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눈부심과 웅장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주눅 들었다.

유럽여행은 흔히 밥 먹고 성당 보고, 밥 먹고 다리 보고, 밥 먹고 광장 본다고 할 정도로 성당은 필수 코스다. 대성당을 들른 것은 처음이다. 대성당은 한 지역을 담당하는 주교좌성당이라는 점도 그때 알았다. 그 뒤 세계의 명소가 된 수많은 대성당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성 베드로 대성당(바티칸시티), 30만 명이 운집할 수 있는 광장을 품은 파티마 대성당(포르투갈), 콜럼버스의 유해가 안치된 세비야 대성당(스페인), 외관이 신부의 드레스처럼 희고 아름다운 두오모 대성당(밀라노),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성 소피아 대성당(이스탄불)은 유명세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센 강 시테 섬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은 한해 1400만 명이 찾는 파리의 관광명소다. 1163년 파리의 주교 모리스 드 쉴리에 의해 착공되어 1320년에 공사가 마무리됐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역사적 사건의 단골 무대였다.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잔 다르크의 명예회복 재판(1455년)이 열렸다.

신교도였던 앙리 4세와 구교도였던 마르그리트의 정략 결혼식 장소(1572년)가 되기도 했다. 종교적 의의보다 이성이 중시된 혁명시대에는 종과 조각이 파괴되고 내부는 사료 창고가 되는 수난도 겪었다. 나폴레옹 1세가 미사를 부활시키고 자신의 대관식을 거행하면서 옛 지위를 되찾았다.

1831년 출간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노트르담의 종지기 꼽추 콰지모도가 미모의 집시 여인 에스매랄다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다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화와 연극,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되면서 명작의 영광을 이어온다.

소설의 인기는 대성당을 복원시키는 계기가 됐다. 1844년부터 26년간의 걸친 대대적인 복원작업이 이뤄졌다. 건축가 외젠 비올레르뒤크는 얼룩진 역사를 씻어 내고 박쥐 날개와 용의 머리를 한 괴물 등 창작물 조각을 외관에 덧붙여 소설 속의 분위기를 살렸다.

파리 대주교는 최근 부스러지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석상과 고딕 양식의 구조물 등을 보존하기 위해 전 세계 후원자를 상대로 1억 유로(약 1345억원)을 목표로 개보수비 모금 운동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854살 된 대성당도 늙는구나.

설정한 목표액을 거둘 수 있을지? 147년 만에 전면 개보수에 나선 노트르담 대성당은 어떤 모습으로 단장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