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건배사
멋진 건배사
by 김호 기자 giant1kim@hanmail.net 2018.02.07
“위하여!”
술자리에서 주로 하는 건배사이다.
선임자가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또는 “직장의 발전을 위하여!”라고 선창하면 다함께 “위하여!”를 외친다.
그냥 말없이 술을 마시는 것보다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면 술맛도 나고 기분도 좋아진다.
예전에는 ‘건배(乾杯)’라는 말을 주로 썼다. 술잔을 비우자는 뜻인데, 일본이나 중국에도 똑같이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역사가 꽤 오래된 듯하다.
그런데 아무리 맛난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듯이 한 가지 건배사만 가지고 앵무새 노릇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여러 가지 건배사가 등장하고 있다.
오래 전 일인데, 우리 학교에 부임한 교장선생님이 이런 건배사를 했다. “제가 하는 대로 따라 해주세요!” 하더니, 술잔을 높이 치켜들면서 “이상은 높게!”하고 외쳤다. 우리도 똑같이 소리를 높였다.
다음에는 술잔을 아래로 내리며 “사랑은 깊게!”라고 말했다. 그 다음에는 술잔을 앞으로 내밀며 “잔은 평등하게!”라고 했다. 그런 다음에 술을 들이켰는데,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도 나중에 저런 건배사를 해야지 생각하며, 그때부터 건배사에 좀 관심을 기울였다.
인터넷에 들어갔더니 재미있는 건배사들이 아주 많았다.
우선 ‘지화자(지금부터 화끈한 자리를 위하여)’와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같은 것들이 쉽게 써먹을 만했다.
우스운 말이지만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세)’와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따위도 머리에 담아둘 만했다.
익살맞은 내용들도 있었다. ‘오징어(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나 ‘무시로(무조건 시방부터 로맨틱하게)’, ‘막걸리(막힘없이 걸쭉하게 리드미컬하게)’나 ‘변사또(변함없는 사랑으로 또 만나요)’ 같은 것들도 때에 따라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이름을 빌린 것들도 눈에 띄었다. ‘마돈나(마시고 돈 내고 나가자)’와 ‘아이유(아름다운 이 세상 유감없이 살자)’, ‘오바마(오직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등이 괜찮아 보였다.
특히 반가운 것은 ‘119(1가지 술로 1차로 끝내고 9시까지 집에 들어가자)’와 ‘초가집(초지일관 가자! 집으로)’이었다.
나처럼 술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처지에서는 이로써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를 차단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술자리에 앉으면 이 좋은 건배사들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종이에 깨알 같이 적어가지고 지갑에 넣고 다녔다.
그리고 회식자리에 갈 때마다 쪽지를 꺼내보고 그 날 분위기에 맞는 것 하나를 머릿속에 집어넣곤 했다. 확실히 재미난 건배사를 하면 좌중에 웃음이 터지고 분위기가 금방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었다.
최근에도 인터넷을 살펴보니, ‘새신발(새롭게 신나게 발랄하게)’과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해당화(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따위가 올라와 있었다.
젊음이 부러운 노년층에게 어울리는 내용들이다. ‘명품백(명퇴조심 품위유지 백수방지)’과 ‘미사일(미래와 사랑과 일을 위하여 발사!)’, ‘모바일(모두의 바람대로 일어나라)’과 같이 세태를 반영한 것들도 보인다.
수많은 건배사 중 내가 제일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난날 어느 대통령이 말했던 ‘당신 멋져(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살되, 져주고 살자)’이다. 대통령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건배사는 기억해둘 만했다.
특히 맨 끝의 ‘져주고 살자’가 일품이었다. 그것을 대통령이 창작했을 리는 없고, 아마도 아랫사람이 어디서 구해다 주었으리라.
요즘은 ‘가감승제 건배사’라는 것도 있다. “기쁨은 더하고 슬픔은 빼고 희망은 곱하고 사랑은 나누자”는 뜻이다. ‘무한도전(무리하지 말고 한 잔씩만, 도에 넘치지 않게 전진하자)’과 ‘남행열차(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세대의 리더가 되자)’도 제법 그럴듯하다.
대개 술자리는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면서 구성원 간의 우의를 다지는 시간이다. 이 때 우리는 건배사를 통해 익살과 재치를 섞어가며 공동체의 결속과 건강한 삶을 다짐한다.
그러기에 멋진 건배사는 분위기를 띄우면서 더 나은 삶을 꿈꾸도록 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나는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건배사를 자주 말하는 기회는 없다.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이나마 남이 하지 않는 건배사를 해볼 요량으로 뭐 새로운 것이 없나 하고 인터넷 세상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곤 한다.
술자리에서 주로 하는 건배사이다.
선임자가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또는 “직장의 발전을 위하여!”라고 선창하면 다함께 “위하여!”를 외친다.
그냥 말없이 술을 마시는 것보다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면 술맛도 나고 기분도 좋아진다.
예전에는 ‘건배(乾杯)’라는 말을 주로 썼다. 술잔을 비우자는 뜻인데, 일본이나 중국에도 똑같이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역사가 꽤 오래된 듯하다.
그런데 아무리 맛난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듯이 한 가지 건배사만 가지고 앵무새 노릇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여러 가지 건배사가 등장하고 있다.
오래 전 일인데, 우리 학교에 부임한 교장선생님이 이런 건배사를 했다. “제가 하는 대로 따라 해주세요!” 하더니, 술잔을 높이 치켜들면서 “이상은 높게!”하고 외쳤다. 우리도 똑같이 소리를 높였다.
다음에는 술잔을 아래로 내리며 “사랑은 깊게!”라고 말했다. 그 다음에는 술잔을 앞으로 내밀며 “잔은 평등하게!”라고 했다. 그런 다음에 술을 들이켰는데,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도 나중에 저런 건배사를 해야지 생각하며, 그때부터 건배사에 좀 관심을 기울였다.
인터넷에 들어갔더니 재미있는 건배사들이 아주 많았다.
우선 ‘지화자(지금부터 화끈한 자리를 위하여)’와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같은 것들이 쉽게 써먹을 만했다.
우스운 말이지만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세)’와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따위도 머리에 담아둘 만했다.
익살맞은 내용들도 있었다. ‘오징어(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나 ‘무시로(무조건 시방부터 로맨틱하게)’, ‘막걸리(막힘없이 걸쭉하게 리드미컬하게)’나 ‘변사또(변함없는 사랑으로 또 만나요)’ 같은 것들도 때에 따라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이름을 빌린 것들도 눈에 띄었다. ‘마돈나(마시고 돈 내고 나가자)’와 ‘아이유(아름다운 이 세상 유감없이 살자)’, ‘오바마(오직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등이 괜찮아 보였다.
특히 반가운 것은 ‘119(1가지 술로 1차로 끝내고 9시까지 집에 들어가자)’와 ‘초가집(초지일관 가자! 집으로)’이었다.
나처럼 술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처지에서는 이로써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를 차단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술자리에 앉으면 이 좋은 건배사들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종이에 깨알 같이 적어가지고 지갑에 넣고 다녔다.
그리고 회식자리에 갈 때마다 쪽지를 꺼내보고 그 날 분위기에 맞는 것 하나를 머릿속에 집어넣곤 했다. 확실히 재미난 건배사를 하면 좌중에 웃음이 터지고 분위기가 금방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었다.
최근에도 인터넷을 살펴보니, ‘새신발(새롭게 신나게 발랄하게)’과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해당화(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따위가 올라와 있었다.
젊음이 부러운 노년층에게 어울리는 내용들이다. ‘명품백(명퇴조심 품위유지 백수방지)’과 ‘미사일(미래와 사랑과 일을 위하여 발사!)’, ‘모바일(모두의 바람대로 일어나라)’과 같이 세태를 반영한 것들도 보인다.
수많은 건배사 중 내가 제일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난날 어느 대통령이 말했던 ‘당신 멋져(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살되, 져주고 살자)’이다. 대통령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건배사는 기억해둘 만했다.
특히 맨 끝의 ‘져주고 살자’가 일품이었다. 그것을 대통령이 창작했을 리는 없고, 아마도 아랫사람이 어디서 구해다 주었으리라.
요즘은 ‘가감승제 건배사’라는 것도 있다. “기쁨은 더하고 슬픔은 빼고 희망은 곱하고 사랑은 나누자”는 뜻이다. ‘무한도전(무리하지 말고 한 잔씩만, 도에 넘치지 않게 전진하자)’과 ‘남행열차(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세대의 리더가 되자)’도 제법 그럴듯하다.
대개 술자리는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면서 구성원 간의 우의를 다지는 시간이다. 이 때 우리는 건배사를 통해 익살과 재치를 섞어가며 공동체의 결속과 건강한 삶을 다짐한다.
그러기에 멋진 건배사는 분위기를 띄우면서 더 나은 삶을 꿈꾸도록 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나는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건배사를 자주 말하는 기회는 없다.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이나마 남이 하지 않는 건배사를 해볼 요량으로 뭐 새로운 것이 없나 하고 인터넷 세상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