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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불꽃놀이

by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 2018.02.12

길고 길게 금 긋고 가는 별똥별도 아름답고흔적조차 남지 않는 짧은 생도 눈부시지
그러니
산 자들이여 함부로 웃지 말자!

열차에 뛰어들어 널 구하고 대신 죽는
화재현장 불 속에서 널 구하고 쓰러지는
펑 펑 펑
이름도 없는 성인聖人들이 죽고 있다
- 변현상, 「불꽃놀이」 전문

‘불꽃놀이’는 흔히 즐거운 일이 있을 때나 기념할 때가 있을 때 쏘아 올리는 불놀이이다. 타오르는 잠깐 동안의 화려함으로 반짝이는 것이다.

가장 멋있게 기억되는 불꽃놀이는 아마도 우리 집에서 가까운 서울 잠실 롯데타워 개장기념으로 40억 원을 들여 불꽃놀이를 했던 때일 것 같다. 집에서 3Km 떨어진 잠실역까지 가서 가까이에서 그 순간을 구경하면서 ‘돈이 참 좋긴 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돈을 들이니 저렇게 멋있고 아름다운 것도 연출할 수 있고, 단 한 번이지만 순간적으로 반짝이며 빛나는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기도 하니 말이다. 일반인들은 평생 벌어도 못 벌 금액이 한 시간에 모두 낭비된 것이다.

그러나 회사측에선 그건 결코 낭비가 아닐 수도 있다.

사람들의 가슴에 ‘롯데타워 개장’이라는 것이 그만큼 강렬하고 짜릿하게 각인되어 많은 사람들이 롯데타워를 이용하게 되는 계기가 되게 하였으니 이 불꽃놀이 광고는 만점의 효과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시인들이 쓰는 제목은 은유적일 때가 많다. 이 시조도 그렇다. 길게 길게 금 긋고 가는 별똥별이란 건강관리를 잘 하고 현명하게 살아서 오래 사는 삶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삶도 아름답지만, 흔적조차 없이 짧고 눈부시게 사는 삶도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긴 삶이 아름답다거나 짧은 삶이 아름답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한다.

‘열차에 뛰어들어 널 구하고 대신 죽는/ 화재현장 불속에서 널 구하고 쓰러지는/ 펑 펑 펑/ 이름도 없는 성인聖人들이 죽고 있다’ 고 하며 그 순간 살신성인의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불꽃처럼 태우며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성인들을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불꽃이 펑 펑 터지는 것으로 묘사했다.

인간뿐이 아니라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삶을 연장하여 오래 살고 싶어 한다. 바퀴벌레 한 마리도 사람들이 잡으려고 하면 도망 다니기 바쁘고, 개미 한 마리도 마찬가지로 안 잡히려 이리저리 피해 다닌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것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옳은 일이고, 선(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천을 하지 못한다. 급박한 순간에 불꽃처럼 섬광처럼 행동할 수 있는 양심은 평소에 그 사람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주의와 살신성인 정신으로 생활해 왔기 때문에 물불 가리지 않고 달리는 열차 앞에 몸을 날려 위급한 생명을 구하려 했던 것이고, 타오르는 불꽃 속에 생명을 구하기 몸을 던져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평소에 도를 닦지 않았어도 성인(聖人)임에 틀림없다. 누가 성인이라 기리고 숭배해 줄자도 없는데도 그렇게 행동하며 살다가 고귀한 생명을 마쳤다.

그들은 이름 없는 성인임에 틀림없다. 이 시는 그러한 이름 없는 성인들께 감사하며 기려야 함을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