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바람꽃
나도바람꽃
by 김민정박사 2018.04.23
무릎을 꿇고 싶다네 앞에선 언제라도
네온 빛 꽃가루가 얼룩진 안경을 벗고
너와 나 눈빛 맞추는
마음 거리/ 삼십 센티
물러서면 멀어질까
다가서면 또 다칠까
줌렌즈 미당기다 몰래 뱉는 바람 한 줌
우주의 파동이 인다
내 가슴에/ 네 가슴에
- 임채성, 「나도바람꽃」전문
꽃이 피는 봄 한철에는 사람의 마음도 피는 걸까? 봄이면 여자들이 바람난다고 하던 옛말이 생각난다. 여자뿐이겠는가. 상대인 남자가 있으니 함께 바람이 나겠지. 남녀의 관계는 얼마나 미묘한 것일까.
요즘 사회 여기저기서 ‘미투운동(Me Too)’이 일어나고 있다. ‘미투운동(Me Too)’이란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공유하는 고발 캠페인이다. 주로 권력층, 군대, 공직사회 등 갑질의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운동이다.
미투운동은 SNS에 해시태그(#Me Too)를 붙여 ‘나도 당했다’고 폭로하는 행위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영화계 거물 하비와인스타인의 성범죄 폭로를 시작으로 다른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자 일반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과거 성범죄 피해담을 공유하는 운동이 촉발했던 것이며, 우리나라에서도 현직 여검사의 성추행 폭로 파문으로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상대방보다 높은 지위에서, 또는 갑질을 하는 상태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아끼는 마음은 전혀 없이, 즉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이 그냥 본인이 마음 내키는 대로, 본인이 좋은 대로만 인형처럼 소유하고 즐기려 행동하다 보니 서로가 마음도 다치고 망신도 당하고 몸도 다치게 되는 것이리라.
인간은 누구에게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어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너와 나 눈빛 맞추는/ 마음 거리/ 삼십 센티’는 참으로 가까운 거리이다. ‘물러서면 멀어질까/ 다가서면 또 다칠까// 줌렌즈 미당기다 몰래 뱉는 바람 한 줌// 우주의 파동이 인다/ 내 가슴에/ 네 가슴에’ 이렇게 미당기는 관계, 밀당을 하는 관계는 연인들이 아닐까. 아니 모든 인간관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의 제목은 ‘나도바람꽃’이다. 나도바람꽃이란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20~30센티이며 4~6월에 피는 흰 꽃이다.
여기서 나도바람꽃과 화자는 연인 관계처럼 서로 눈빛 주고 받는 관계로 표현되었다. 꽃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줌을 밀고 당기며 초점을 맞추는 모습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를 읽으면서 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자꾸만 내 머리에 따라오는 건 웬일일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나도 꽃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뜻으로 ‘나도바람꽃’이라고 이름 지어진 것이라 여겨지는 꽃, 그리고 ‘나도바람꽃’이라는 시 제목은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이 이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존재하게 한다는 걸 잊지 우리는 말아야겠다.
네온 빛 꽃가루가 얼룩진 안경을 벗고
너와 나 눈빛 맞추는
마음 거리/ 삼십 센티
물러서면 멀어질까
다가서면 또 다칠까
줌렌즈 미당기다 몰래 뱉는 바람 한 줌
우주의 파동이 인다
내 가슴에/ 네 가슴에
- 임채성, 「나도바람꽃」전문
꽃이 피는 봄 한철에는 사람의 마음도 피는 걸까? 봄이면 여자들이 바람난다고 하던 옛말이 생각난다. 여자뿐이겠는가. 상대인 남자가 있으니 함께 바람이 나겠지. 남녀의 관계는 얼마나 미묘한 것일까.
요즘 사회 여기저기서 ‘미투운동(Me Too)’이 일어나고 있다. ‘미투운동(Me Too)’이란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공유하는 고발 캠페인이다. 주로 권력층, 군대, 공직사회 등 갑질의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운동이다.
미투운동은 SNS에 해시태그(#Me Too)를 붙여 ‘나도 당했다’고 폭로하는 행위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영화계 거물 하비와인스타인의 성범죄 폭로를 시작으로 다른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자 일반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과거 성범죄 피해담을 공유하는 운동이 촉발했던 것이며, 우리나라에서도 현직 여검사의 성추행 폭로 파문으로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상대방보다 높은 지위에서, 또는 갑질을 하는 상태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아끼는 마음은 전혀 없이, 즉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이 그냥 본인이 마음 내키는 대로, 본인이 좋은 대로만 인형처럼 소유하고 즐기려 행동하다 보니 서로가 마음도 다치고 망신도 당하고 몸도 다치게 되는 것이리라.
인간은 누구에게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어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너와 나 눈빛 맞추는/ 마음 거리/ 삼십 센티’는 참으로 가까운 거리이다. ‘물러서면 멀어질까/ 다가서면 또 다칠까// 줌렌즈 미당기다 몰래 뱉는 바람 한 줌// 우주의 파동이 인다/ 내 가슴에/ 네 가슴에’ 이렇게 미당기는 관계, 밀당을 하는 관계는 연인들이 아닐까. 아니 모든 인간관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의 제목은 ‘나도바람꽃’이다. 나도바람꽃이란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20~30센티이며 4~6월에 피는 흰 꽃이다.
여기서 나도바람꽃과 화자는 연인 관계처럼 서로 눈빛 주고 받는 관계로 표현되었다. 꽃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줌을 밀고 당기며 초점을 맞추는 모습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를 읽으면서 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자꾸만 내 머리에 따라오는 건 웬일일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나도 꽃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뜻으로 ‘나도바람꽃’이라고 이름 지어진 것이라 여겨지는 꽃, 그리고 ‘나도바람꽃’이라는 시 제목은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이 이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존재하게 한다는 걸 잊지 우리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