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할머니들
시를 쓰는 할머니들
by 한희철 목사 2019.02.20
전해지는 뉴스 중에는 마음을 어둡게 하고 무겁게 하는 소식들이 많습니다.하긴 그런 것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뉴스 중에는 그런 소식들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때로는 흐뭇함으로 웃음 짓게 하고, 때로는 감동으로 눈물짓게 하는 소식들도 있습니다. 최근에 접한 할머니들 이야기는 후자였습니다.
저는 이 할머니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어, 널리 알려진 분들이다 싶었지요.
다큐 영화 <시인 할매>가 개봉되었고, <칠곡 가시나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책도 출간이 되었는데,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라는 제목이 선뜻 마음에 닿습니다.
제목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학교 공부와는 거리가 먼 시절에 살았던 할머니들은 모두가 ‘까막눈’이었던 것입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할머니들은 대부분 한글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지금으로 보자면 터무니없을 만큼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고, 한국전쟁은 물론 해마다 보릿고개를 넘는 와중에도 자식을 낳고 기르는 등 질곡의 역사를 견뎌 오신 분들입니다.
전남 곡성군 입면 탑동마을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은 마을의 <길작은 도서관> 김선자 관장을 통해서였습니다.
배운 한글은 시 작업으로 이어졌고, 할머니들이 지은 시들은 2016년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일하고 밤이 늦도록 도서관에서 수업을 받으며, 2017년에는 그림책 <눈이 사뿐사뿐 오네>도 펴냈습니다.
할머니들이 쓴 시 몇 편을 읽어보았습니다. 먼저 양양금 할머니(72)가 쓴 해당화라는 시입니다.
‘해당화 싹이 졌다가/ 봄이 오면 새싹이 다시 펴서/ 꽃이 피건만/ 한 번 가신 부모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네/ 달이 밝기도 하다/ 저기 저 달은 우리 부모님 계신 곳도/ 비춰 주겠지/ 우리 부모님 계신 곳에 해당화도/ 피어 있겠지.’
윤금순 할머니(82)가 쓴 ‘눈’이라는 시입니다.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다음은 글을 쓴 분이 누군지가 글 속에 담겨 있는 시이고요. ‘내가 골(글) 쓰는 걸/ 영감한테 자랑하고 십다/ 여 함 보이소/ 내 이름 쓴 거 비지예(보이지요)/ 내 이름은 강금연/ 칼라카이 영감이 없네.’
발길 끊긴지 오래된 묵논처럼 평생을 묵혔다가 봇물 터진 듯 흘러나오는 말들, 서툴게 적어 누군가 시라 하면 아뿔싸 손사래를 치며 이리 시시한 게 뭔 시라요 할 것 같은 투박한 글이지만. 툭툭 하는 말들과 아무렇게나 마음속을 지나가는 생각들이 모두 웅숭깊은 시였습니다.
시를 쓴 할머니들은 물론 할머니들의 삶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 모든 분들께 내가 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박수를 마음을 담아 보내고 싶습니다.
저는 이 할머니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어, 널리 알려진 분들이다 싶었지요.
다큐 영화 <시인 할매>가 개봉되었고, <칠곡 가시나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책도 출간이 되었는데,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라는 제목이 선뜻 마음에 닿습니다.
제목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학교 공부와는 거리가 먼 시절에 살았던 할머니들은 모두가 ‘까막눈’이었던 것입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할머니들은 대부분 한글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지금으로 보자면 터무니없을 만큼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고, 한국전쟁은 물론 해마다 보릿고개를 넘는 와중에도 자식을 낳고 기르는 등 질곡의 역사를 견뎌 오신 분들입니다.
전남 곡성군 입면 탑동마을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은 마을의 <길작은 도서관> 김선자 관장을 통해서였습니다.
배운 한글은 시 작업으로 이어졌고, 할머니들이 지은 시들은 2016년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일하고 밤이 늦도록 도서관에서 수업을 받으며, 2017년에는 그림책 <눈이 사뿐사뿐 오네>도 펴냈습니다.
할머니들이 쓴 시 몇 편을 읽어보았습니다. 먼저 양양금 할머니(72)가 쓴 해당화라는 시입니다.
‘해당화 싹이 졌다가/ 봄이 오면 새싹이 다시 펴서/ 꽃이 피건만/ 한 번 가신 부모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네/ 달이 밝기도 하다/ 저기 저 달은 우리 부모님 계신 곳도/ 비춰 주겠지/ 우리 부모님 계신 곳에 해당화도/ 피어 있겠지.’
윤금순 할머니(82)가 쓴 ‘눈’이라는 시입니다.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다음은 글을 쓴 분이 누군지가 글 속에 담겨 있는 시이고요. ‘내가 골(글) 쓰는 걸/ 영감한테 자랑하고 십다/ 여 함 보이소/ 내 이름 쓴 거 비지예(보이지요)/ 내 이름은 강금연/ 칼라카이 영감이 없네.’
발길 끊긴지 오래된 묵논처럼 평생을 묵혔다가 봇물 터진 듯 흘러나오는 말들, 서툴게 적어 누군가 시라 하면 아뿔싸 손사래를 치며 이리 시시한 게 뭔 시라요 할 것 같은 투박한 글이지만. 툭툭 하는 말들과 아무렇게나 마음속을 지나가는 생각들이 모두 웅숭깊은 시였습니다.
시를 쓴 할머니들은 물론 할머니들의 삶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 모든 분들께 내가 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박수를 마음을 담아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