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언제 끝나요?
선생님, 언제 끝나요?
by 권영상 작가 2019.06.27
잘 아는 친구와 양재역 근처에서 만났다. 뜻밖에도 그가 어린 사내아이를 데리고 나왔다.“손자 놈이야! 여섯 살. 오늘이 할아버지요일이라서.”그가 데려온 손자를 소개했다.
김바른. 한눈에 보기에도 반듯하고 또렷하다. 아직 점심을 먹기엔 좀 이른 시각이라 가까운 공원으로 걸어가며 내가 물었다.
“할아버지 요일이라니?”
그가 웃었다. 바른이를 돌 볼 수 있는 사람이 모두 4명. 저마다 시간이 없어 돌보는 요일이 다 다르단다.
월요일은 외할아버지, 화요일은 할아버지, 수요일은 외할머니, 목요일 금요일은 할머니. 그러고 보니 오늘이 화요일, 내 친구가 당번하는 날이다.
“바른이 꿈이 뭐지?”
공원 벤치에 앉자, 나는 실없이 그걸 물었다.
“계리사요.”
바른이가 당돌하게 대답하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계리사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는 말을 이 여섯 살 아이가 서슴없이 했다. 그것도 그게 자신의 꿈이라고.
“계리사? 그게 뭐하는 건데?”어른인 내가 물었다. 바른이가 보험사를 평가하는 전문가가 계리사라 했다.
“뜨는 직업이에요. 보험 업계의 1인자가 되려면 계리사 자격증에 도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NBA과정을 거쳐야 해요. 혹시 월 스트리트란 말 아세요?”바른이는 중학교에 가면 월 스트리트 동아리를 만들어 꿈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야아! 하고 탄성 아닌 비명을 질렀다. 바른이는 낯선 내게 막힘없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꿈만이 아니라 그 꿈에 이르는 길까지 알고 있었다. ‘이 코스를 마치면 반드시 제 꿈은 이루어질 거예요.’ 여섯 살 바른이는 너무나 야무졌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고 물었다.
“요새 애들 너무 똑똑해 탈이야. 학원이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친구가 혀를 내두르며 남의 아이 말하듯 체머리를 흔들었다.
언젠가 학원을 하는 후배 말이 떠올랐다.
많은 걸 배우느라 애들은 늘 불안하단다. 그러면서 학원 온 애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뭔 줄 아냐고 물었다. 입을 쩝, 다시던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선생님, 언제 끝나요?’ 이 말이란다.
지금 하는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음 학원 공부가 걱정이고, 거기 간다 해도 그 다음 학원 공부가 걱정돼 늘 초조하고 불안한 게 요즘 애들이란다. 많이 알아 애들이 똑똑해진 것 같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겉만 요란해 불쌍하다고 했다.
“바른아. 이 나무 이름 뭐지? 할아버지가 알려줬잖아.”
친구가 등 뒤에 선 소나무를 가리켰다. 의외였다. 정작 한번 알려줬다는 소나무는 몰랐다. 어쩌면 소나무를 모르는 게 여섯 살 도시아이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질 때 나는 바른이 앞에 앉아 바른이를 한번 꼭 안아줬다. 네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요일마다 번갈아가며 만나고,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그 애의 고난이 어른인 우리의 잘못 같아서였다.
“건강하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 말 뿐이었다.
김바른. 한눈에 보기에도 반듯하고 또렷하다. 아직 점심을 먹기엔 좀 이른 시각이라 가까운 공원으로 걸어가며 내가 물었다.
“할아버지 요일이라니?”
그가 웃었다. 바른이를 돌 볼 수 있는 사람이 모두 4명. 저마다 시간이 없어 돌보는 요일이 다 다르단다.
월요일은 외할아버지, 화요일은 할아버지, 수요일은 외할머니, 목요일 금요일은 할머니. 그러고 보니 오늘이 화요일, 내 친구가 당번하는 날이다.
“바른이 꿈이 뭐지?”
공원 벤치에 앉자, 나는 실없이 그걸 물었다.
“계리사요.”
바른이가 당돌하게 대답하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계리사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는 말을 이 여섯 살 아이가 서슴없이 했다. 그것도 그게 자신의 꿈이라고.
“계리사? 그게 뭐하는 건데?”어른인 내가 물었다. 바른이가 보험사를 평가하는 전문가가 계리사라 했다.
“뜨는 직업이에요. 보험 업계의 1인자가 되려면 계리사 자격증에 도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NBA과정을 거쳐야 해요. 혹시 월 스트리트란 말 아세요?”바른이는 중학교에 가면 월 스트리트 동아리를 만들어 꿈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야아! 하고 탄성 아닌 비명을 질렀다. 바른이는 낯선 내게 막힘없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꿈만이 아니라 그 꿈에 이르는 길까지 알고 있었다. ‘이 코스를 마치면 반드시 제 꿈은 이루어질 거예요.’ 여섯 살 바른이는 너무나 야무졌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고 물었다.
“요새 애들 너무 똑똑해 탈이야. 학원이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친구가 혀를 내두르며 남의 아이 말하듯 체머리를 흔들었다.
언젠가 학원을 하는 후배 말이 떠올랐다.
많은 걸 배우느라 애들은 늘 불안하단다. 그러면서 학원 온 애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뭔 줄 아냐고 물었다. 입을 쩝, 다시던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선생님, 언제 끝나요?’ 이 말이란다.
지금 하는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음 학원 공부가 걱정이고, 거기 간다 해도 그 다음 학원 공부가 걱정돼 늘 초조하고 불안한 게 요즘 애들이란다. 많이 알아 애들이 똑똑해진 것 같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겉만 요란해 불쌍하다고 했다.
“바른아. 이 나무 이름 뭐지? 할아버지가 알려줬잖아.”
친구가 등 뒤에 선 소나무를 가리켰다. 의외였다. 정작 한번 알려줬다는 소나무는 몰랐다. 어쩌면 소나무를 모르는 게 여섯 살 도시아이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질 때 나는 바른이 앞에 앉아 바른이를 한번 꼭 안아줬다. 네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요일마다 번갈아가며 만나고,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그 애의 고난이 어른인 우리의 잘못 같아서였다.
“건강하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 말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