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by 김재은 작가 2019.07.23

아파트 뒤편 미타사 숲이 시끌벅적해졌다. 먼 어린 시절 읍내 5일장이 섰을 때의 소란스러웠지만 사람 사는 맛이 났던 그 분위기가 얼핏 스쳐 지나간다.여름의 전령사 매미가 울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우는지 웃는지 아니면 소리 높여 뭔가를 외치는지 알 수는 없다. ‘운다’는 표현으로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일 것이다.

알고 있다시피 매미는 최대 7년간의 땅속 생활, 약 2주간의 바깥 생활로 그 일생을 마무리한다.

인간의 약삭빠른 잇속으로 계산해보니 ‘2주를 위해 7년을 보내다니 이토록 비효율적인 삶이 있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효율’이나 ‘경제원리’를 따지면 정말이지 매미야말로 가장 비경제적인 삶을 사는 것이렸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것일 뿐, 그 삶의 원리와 과정을 온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우리 오감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장수’가 축복이라면서 그 100년 가까운 ‘긴 시간’동안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사는 우리네 삶과 매미의 짧은 2주의 삶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삶’일까를 생각해본다.

과연 불편함과 스트레스투성이인 우리가 매미보다 더 ‘잘 사는’ 삶이라 자신할 수 있을까.

여름을 관통하는 매미의 울음소리에 더해 떠오르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엄마의 뱃속에 10달 동안 있다가 세상에 나오는 아이의 울음소리다.

엄마의 심장소리에 적응하고 있다가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환경적응이 안 되어 운다는 이야기도 있고, 엄마의 뱃속과 온도 차이로 인해 울게 된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다만 10개월을 견디고 세상에 나와 무엇하나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울어재끼는 그 소리가 좋아서이다.

그 아이의 세상에 대한 포효는 어쩌면 7년 세월을 견뎌낸 매미의 그 소리와 어딘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이든 긴 세월을 버티고 나온 매미이든 ‘견디고 버티며 살아서’ 바로 여기에 있는 모습들은 예외 없이 기특하고 아름답다.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세월의 결정체는 그 어떤 표현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순간 내공이라는 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세월을 견디고 ‘희로애락’의 풍파 속을 버티며 자신만의 삶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에게 ‘내공’은 절로 따라온다.

무임승차, 불로소득, 공짜심리 등이 만연해있고 술수로 남의 땀을 가로채는 세상에서 ‘뚜벅뚜벅’의 발걸음은 저 깊은 곳의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더해 ‘긴 시간’이라는 물리적 숫자에서 눈을 떼고 매미의 2주간을 이루는 소중한 ‘하루하루’의 가치를 헤아려보면 좋겠다. 7년을 고생한 매미의 삶에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지금 내 앞에 있는 ‘나의 하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은 바로 내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에서 보면 우린 모두 ‘하루살이’ 인지도 모른다. 아마 매미도 갓난 아이도 이 엄청난 삶의 이치이자 진실을 알리고자 그렇게 큰 소리로 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 잠잠하던 매미들이 다시 울기 시작했다.

한때 한꺼번에 울어대는 바람에 짜증이 나고 당장이라도 달려가 쫓아버리고 싶었던 매미들의 소리가 전혀 다르게 아니 새롭게 다가온다.

이제 나에겐 무더위도 매미도 참 좋은 친구이다. 그러니 어찌 이 여름이 살갑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