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다양한 모임들을 가진다. 모임에는 자연스레 우의를 다지고 서로 격려하는 건배사가 뒤따르게 된다.

그런데 이 건배사가 은근히 부담을 준다. 건배사 하나가 분위기를 살리기도 하지만 썰렁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가장 감미롭고 세련된 건배사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감미로운 대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Here's looking at you, kid)’이다.

이는 “당신의 앞날을 위하여 행운을 빌며” 정도가 무난할 것 같은데 누가 번역했는지 참으로 맛깔스럽게도 옮겼다.

본디 건배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유래에 대하여 여러 설이 있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건배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에 근거한다.

당시에는 라이벌을 없애기 위해 포도주에 독을 타는 일이 흔하였기 때문에 첫잔을 주인이 먼저 마심으로 안전함을 증명하고 난 뒤 손님들에 권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건배는 당신에게 권하고 있는 이 술에는 독이 들어있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였던 셈이다.

이런 건배법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가 생겼다. 점차 건배는 서로의 우정과 좋은 관계를 확인하는 의식이 되었다.

그래서 어디에서나 함께 건배를 하며 즐거워하고 건강과 소망을 함께 빌기도 하는 것이다.

진화를 거듭한 건배의식은 모임의 종류와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적절한 건배사는 그 어떤 연설보다도 강한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다.

음주모임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건배제의를 하게 될 것이다.

이 기회에 분위기도 살리고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건배사를 하게 된다면 유쾌한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준비만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특히 음주를 즐기는 분위기 때문인지 표현능력이 탁월함 때문이지 이무튼 우리나라에는 재미있는 건배사들이 참으로 많다.

외국인 친구는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강조하는 건배사로서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라는 의미의 “진달래”를 으뜸으로 꼽는다.

재미있는 건배사들은 참으로 많다. 그러나 아무리 재미있어도 분위기에 맞지 않고 누군가를 비하 하거나 자기를 앞세우는 건배사라면 듣는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훌륭한 건배사라면 서로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인 동시에 칭찬과 격려의 의미가 깃들어 있어야 할 것이다.

멋진 건배사를 나누며 모임자리를 유쾌하게 마무리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 성 록 박사
(한국재활복지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