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 같은 노년
가을 단풍 같은 노년
by 운영자 2011.10.18
저는 지금 경기도 포천 숲속의 한 자그마한 펜션 앞마당 나무그늘 아래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노인복지관 죽음준비교육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을나들이를 겸해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하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어떻게 하면 남은 삶을 정갈하고 보람 있게 만들어갈지 고민을 해보려고 나선 길입니다.
다시 말해 죽음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의 자리를 돌아보고 잘 마무리하기 위해 모이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이 단체로 타고 오시는 관광버스가 도착하길 기다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더할 수 없이 맑고 높아서 저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거기다가 각기 다른 색과 농도로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으니 가을 정취로는 그만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표현합니다. 파릇파릇 여린 새싹이 돋아나는 봄은 어린 시절, 더운 여름은 심장이 뜨거운 청년의 때, 열매를 거둬들이는 가을은 중년,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겨울잠에 드는 겨울은 노년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금 어느 계절에 와 계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당신의 인생을 겨울이 아닌 가을이라고 대답을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 또한 젊은 사람들과는 사뭇 차이가 나 흥미롭습니다. 노년기는 평생의 수고로 얻은 열매인 자손과 살림살이를 돌아보며 만족하기도 하고 때론 아쉬워하기도 하는 결실의 계절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인생의 겨울은 언제일까 여쭈니 죽음이 곧 겨울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겨울의 끝에 다시 새봄이 오는 것처럼 우리들 인생도 죽음이 끝이 아니어서, 당신이 떠난 후에도 이 땅에 자손들이 남아 새 생명을 낳아 기르고,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유산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 분명하니 겨울도 그냥 겨울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각기 다른 색깔로 물들어가면서 꽃피는 봄보다 어쩌면 더 화려하고 빛나는 가을이야말로 노년을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계절일지도 모릅니다.
삶의 배경과 살아온 길이 다 다른 어르신들이 단풍처럼 물들어 가며 한 자리에 모이니 이 또한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샌가 도착한 버스에서 어르신들이 내리시는 게 보이고, 소풍 나온 어린아이들처럼 들뜬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모처럼의 야외나들이라고 알록달록 차려 입으신 모습이 온산의 단풍 같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로 제 마음을 울리고 삶의 교훈을 전해주실까 기대하면서 어르신들을 맞으러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멀리서 저를 알아보고 어르신들이 활짝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드십니다.
유경작가
서울 시내의 한 노인복지관 죽음준비교육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을나들이를 겸해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하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어떻게 하면 남은 삶을 정갈하고 보람 있게 만들어갈지 고민을 해보려고 나선 길입니다.
다시 말해 죽음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의 자리를 돌아보고 잘 마무리하기 위해 모이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이 단체로 타고 오시는 관광버스가 도착하길 기다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더할 수 없이 맑고 높아서 저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거기다가 각기 다른 색과 농도로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으니 가을 정취로는 그만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표현합니다. 파릇파릇 여린 새싹이 돋아나는 봄은 어린 시절, 더운 여름은 심장이 뜨거운 청년의 때, 열매를 거둬들이는 가을은 중년,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겨울잠에 드는 겨울은 노년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금 어느 계절에 와 계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당신의 인생을 겨울이 아닌 가을이라고 대답을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 또한 젊은 사람들과는 사뭇 차이가 나 흥미롭습니다. 노년기는 평생의 수고로 얻은 열매인 자손과 살림살이를 돌아보며 만족하기도 하고 때론 아쉬워하기도 하는 결실의 계절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인생의 겨울은 언제일까 여쭈니 죽음이 곧 겨울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겨울의 끝에 다시 새봄이 오는 것처럼 우리들 인생도 죽음이 끝이 아니어서, 당신이 떠난 후에도 이 땅에 자손들이 남아 새 생명을 낳아 기르고,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유산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 분명하니 겨울도 그냥 겨울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각기 다른 색깔로 물들어가면서 꽃피는 봄보다 어쩌면 더 화려하고 빛나는 가을이야말로 노년을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계절일지도 모릅니다.
삶의 배경과 살아온 길이 다 다른 어르신들이 단풍처럼 물들어 가며 한 자리에 모이니 이 또한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샌가 도착한 버스에서 어르신들이 내리시는 게 보이고, 소풍 나온 어린아이들처럼 들뜬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모처럼의 야외나들이라고 알록달록 차려 입으신 모습이 온산의 단풍 같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로 제 마음을 울리고 삶의 교훈을 전해주실까 기대하면서 어르신들을 맞으러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멀리서 저를 알아보고 어르신들이 활짝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드십니다.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