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밤에
10월의 어느 멋진 밤에
by 운영자 2011.10.27
지난주에 친구들과 한창 억새축제 중이었던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으로 밤 소풍을 갔습니다.
다들 직장에 매여 있어 낮 시간은 처음부터 엄두를 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걷는 맛이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준비물은 추위를 피할 두툼한 옷과 편한 신발 그리고 자기가 먹을 한 끼 식사와 물이었습니다.
지하철역에 모인 사람은 모두 여섯 명. 30대, 40대, 50대 남녀가 두루 섞여 있고,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 다르지만 모처럼의 소풍에 들뜬 표정만은 똑같았습니다.
나란히 걷기 시작해 평지를 지나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291개의 계단 앞에 이르자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저는 은근히 걱정이 됐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며 도통 운동을 하지 않았기에 제대로 보조를 맞춰 걷지 못할까봐 근심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친구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니 어느새 정상입니다.
억새길을 걸으며 번갈아 짝을 이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억새 사이를 지나온 바람이 귓가에서 서걱대는 소리가 근사합니다.
공원 전체에 틀어 놓은 스피커 속의 음악 소리가 차라리 소음이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눈과 마음만 씻는 게 아니라 도시의 소음에 시달리는 귀도 좀 쉴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데 모두가 동의합니다.
발아래 펼쳐진 빌딩과 자동차,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불빛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야경에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일거리에 파묻혀 쉴 새 없이 동동거리는 일상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걸었나봅니다.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키보다 더 큰 억새풀 사이 쉼터에 도시락을 펼쳐놓습니다.
각자 싸온 떡과 사과, 귤, 유부초밥 등을 나누어 먹으니 꿀맛입니다.
하늘공원에서의 소풍을 마치고 아래쪽 평화공원 호숫가에서 두 번째 소풍이 시작되었습니다.
추위에 움츠렸던 몸이 따뜻한 라면 국물에 펴지고, 캔맥주 한 잔에 마음도 풀어지며 밤이 깊어갑니다.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 어렵고 힘든 일에 시달리는 처지를 꺼내놓고 나누며 위로하고, 눈물짓고, 가만히 손을 잡고 말없이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습니다.
헉헉 대며 뛰느라 옆을 돌아볼 틈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풀어놓는 사연과 함께 밤이 깊어갑니다. 헤어질 즈음에 누군가 조용히 노래를 시작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다들 나지막히 따라 부릅니다.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앞으로 여섯 명의 가슴 속에는 노래 제목이 그대로 새겨져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그날 밤 같이 부른 노래는 이맘때면 많이 듣게 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였습니다.
작가 유경
다들 직장에 매여 있어 낮 시간은 처음부터 엄두를 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걷는 맛이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준비물은 추위를 피할 두툼한 옷과 편한 신발 그리고 자기가 먹을 한 끼 식사와 물이었습니다.
지하철역에 모인 사람은 모두 여섯 명. 30대, 40대, 50대 남녀가 두루 섞여 있고,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 다르지만 모처럼의 소풍에 들뜬 표정만은 똑같았습니다.
나란히 걷기 시작해 평지를 지나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291개의 계단 앞에 이르자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저는 은근히 걱정이 됐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며 도통 운동을 하지 않았기에 제대로 보조를 맞춰 걷지 못할까봐 근심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친구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니 어느새 정상입니다.
억새길을 걸으며 번갈아 짝을 이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억새 사이를 지나온 바람이 귓가에서 서걱대는 소리가 근사합니다.
공원 전체에 틀어 놓은 스피커 속의 음악 소리가 차라리 소음이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눈과 마음만 씻는 게 아니라 도시의 소음에 시달리는 귀도 좀 쉴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데 모두가 동의합니다.
발아래 펼쳐진 빌딩과 자동차,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불빛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야경에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일거리에 파묻혀 쉴 새 없이 동동거리는 일상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걸었나봅니다.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키보다 더 큰 억새풀 사이 쉼터에 도시락을 펼쳐놓습니다.
각자 싸온 떡과 사과, 귤, 유부초밥 등을 나누어 먹으니 꿀맛입니다.
하늘공원에서의 소풍을 마치고 아래쪽 평화공원 호숫가에서 두 번째 소풍이 시작되었습니다.
추위에 움츠렸던 몸이 따뜻한 라면 국물에 펴지고, 캔맥주 한 잔에 마음도 풀어지며 밤이 깊어갑니다.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 어렵고 힘든 일에 시달리는 처지를 꺼내놓고 나누며 위로하고, 눈물짓고, 가만히 손을 잡고 말없이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습니다.
헉헉 대며 뛰느라 옆을 돌아볼 틈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풀어놓는 사연과 함께 밤이 깊어갑니다. 헤어질 즈음에 누군가 조용히 노래를 시작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다들 나지막히 따라 부릅니다.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앞으로 여섯 명의 가슴 속에는 노래 제목이 그대로 새겨져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그날 밤 같이 부른 노래는 이맘때면 많이 듣게 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였습니다.
작가 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