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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영화 상영의 힘

공동체 영화 상영의 힘

by 운영자 2011.12.12

예전에는 영화 개봉 후 일정 기간이 지나 다음 영화를 상영하게 되면, 앞서 개봉했던 영화를 다른 극장으로 옮겨서 상영하곤 했는데 개봉관과는 달리 재봉관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미처 영화를 챙겨 보지 못했다 해도 재봉관에서 벌충할 기회가 있었던 셈입니다. 요즘은 완전히 달라져서 흥행이 잘 되는 영화는 여러 영화관 혹은 복합 상영관의 이 방 저 방에서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러니 사람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화들은 상영 기회 자체가 줄었고, 거기다가 재봉관이라는 것도 없으니 한 번 놓치면 다시 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다행히 ‘공동체 상영’이라고 해서 신청을 하면 극장에서 볼 수 없는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를 학교나 직장, 아니면 몇몇이 모인 공간에서 함께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2009년이었습니다.

한센병 할머니의 삶과 일본 정부에 대한 보상 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동백아가씨>를 신청해 여럿이 함께 보고 감독과의 대화를 마련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각자 소감을 발표하고 감독에게서 직접 영화 안팎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그냥 돌아 나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두물머리에 위치한 양서농협 강당에서 공동체 상영을 했습니다. 서른 살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관심이 많아진 치매를 소재로 한 일본 영화 <소중한 사람(원제:오리우메)>을 100여 명의 여성들이 모여 함께 봤습니다.

시어머니의 치매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과 갈등, 시설 입소에 대한 고민, 그 와중에 차츰 알게 되는 어머니의 지나온 인생, 가족들이 합심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어머니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 안정을 되찾는 것을 보며 두 시간 동안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영화가 끝나자 누구는 치매 어머니를 모셨던 경험을 털어놓았고, 누구는 또 가장 소중한 사람은 역시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몇 년 동안 치매 시아버지를 모시다가 얼마 전 임종을 지켰다는 분은 최선을 다하니 후회와 아쉬움이 덜하더라는 말을 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소감 발표에 이어 제가 노인복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치매에 대한 간단하고 기본적인 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공동체 상영에 대해 알려주고 제가 경험한 것을 조금 나눴을 뿐인데도 저는 그날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이웃끼리 작은 경험이라도 서로 나누다보면 훨씬 더 행복해지고 결코 혼자 동떨어져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을 확인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니 고맙다는 인사는 제가 받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