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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 대로 거두리라

뿌린 대로 거두리라

by 운영자 2012.02.07

배휴(797~870)는 당나라 때 뛰어난 학자요, 벼슬이 재상에까지 이르렀던 사람으로 불심이 돈독한 사람이었다. 이런 배휴와 관련해 재미난 이야기가 전한다. 배휴에게는 배탁이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쌍둥이로 태어났다.

배휴 형제는 부모를 일찍 여의게 되어 외삼촌댁에 의탁하게 되었다. 어느 날 외삼촌 집에 탁발 나왔던 스님이 외삼촌과 대화를 나누는데, 배휴가 우연히 문밖에서 듣게 되었다.

“저 두 아이의 관상을 보니, 저 아이들은 모두 빌어먹을 거지 상입니다. 만약 이대로 계속 아이들을 집에 두면, 이 집까지 가난해질 것입니다.”

스님이 돌아간 뒤 배휴 형제는 외삼촌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집을 나와 빌어먹는 거지가 되었다. 어쩌다가 형제가 뿔뿔이 헤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배휴는 절 앞에서 진귀한 보물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보물 임자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 보물 주인은 3대독자를 둔 사람이었는데, 그 3대독자가 고을 원님에게 죄를 지어, 위험한 곤경에 처해 있었다. 이 사람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전 재산을 팔아 보물을 구해 자사에게 애걸하려던 참이었다.

보물 주인은 절 앞에서 실수로 보물을 잃어버리고 그 사실을 집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서둘러 잃어버렸다고 생각된 장소에 가보니, 왠 거지가 보물을 들고 서 있다가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보물 주인은 무사히 아들을 살리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나 배휴가 마침 외삼촌 집에 들르게 되었는데, 마침 예전에 거지팔자라고 하였던 스님과 만나게 되었다. 스님은 배휴를 보더니, 깜작 놀라며 말했다.

“얘야! 너는 앞으로 재상(정승)이 되겠구나. 비록 너는 거지로 살았지만 어린 아이인데도 마음을 잘 쓰고 살았구나. 옛날에는 너의 관상을 봤었고, 오늘은 너의 마음 상(心相)을 보니 훗날 큰 인물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님, 어떠합니까? 한날 한시에 태어난 형제가 관상이 같지 않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은가? 실제로 배휴 형제와 같은 실화가 부산에서도 있었다.

6살 때 헤어졌다가 30여년이 지나 40대에 형제가 상봉하게 되었다. 형은 고아원을 전전하다 외항선을 타며 겨우 생활했고, 동생은 유복하게 자라며 고등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리 똑같은 시간에 태어나 사주나 얼굴이 같을지라도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것이요, 사람은 사주팔자대로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번쯤 누구나 점집에 다녀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사주나 관상, 수상 등을 보기 위해 점집을 많이 다닌다는 통계가 있다. 삶이 불안한 것은 당연할 일, 삶이 힘들어서 다녀왔을 테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삶의 고통은 어느 특정인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짊어지고 있는 고통의 십자가는 무게가 똑같은 법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그 힘겨움을 어떻게 극복하며 당당히 살아가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 있고, 관상이 달라질 수 있다. 사주나 관상에 지나치게 의지하면, 운명에 끌려 다니게 된다.

풍수지리가들은 좋은 명당터는 땅이 아니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땅도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덕을 많이 쌓으며, 주위 사람들을 돕고, 효성이 지극한 가문의 사람들이 좋은 명당터를 얻는다는 점이다.

또한 설령 매우 좋은 명당터에 관을 써도 후손들이 바르게 살지 못하면 발복發福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풍수가들은 사람들의 마음씀씀이에 따라 땅의 기운까지 바꿀 수 있음을 역설한다.

힘들어도 개척해 나가자.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은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 마음 씀씀이에 따라 땅의 기운까지 바꿔놓는다고 하지 않는가. 용기를 갖자. 아무리 힘들어도 개척하는 당신에게 세상은 언젠가 당신편이 되어줄 것이다.

정운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