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아닌 '바람' 으로 크는 아이들
'온실' 아닌 '바람' 으로 크는 아이들
by 운영자 2012.02.09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그 어떤 존재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이 다른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이러한 삶의 이치를 거실의 바람개비꽃에서 자주 확인한다. 작은 화분에 살고 있는 이 풀은 추운 겨울인데도 꽃을 피우고 있다. 바람개비꽃은 꽃 모양이 바람개비처럼 생겨서 붙인 이름이다. 꽃잎은 장미과의 꽃잎처럼 다섯 장이다.
바람개비꽃이 겨울에도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햇볕 때문이지만, 나는 햇볕과 더불어 바람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꽃이 바람개비처럼 생긴 것은 바람처럼 날아가고 싶은 욕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처럼 식물도 누군가를 닮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도 없고, 더욱이 후손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바람개비꽃의 모양이 바람개비를 닮은 것은 씨앗을 살기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거실에 살고 있는 바람개비꽃은 바람을 맞이하더라도 씨앗을 먼 곳으로 보낼 수가 없다. 이게 내가 식물을 거실에서 키우면서도 마음 아픈 부분이다.
사람들이 식물을 좋아하면서도 식물의 본성이 마음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을 가슴아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나 역시 자주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간혹 거실의 식물을 볼 때만 생각한다.
인간은 살기 위해 바람을 맞기도 하지만 막기도 한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을 선택하기 위해 만든 ‘풍수(風水)사상’의 ‘풍수’ 중 ‘풍’은 ‘바람을 갈무리한다’는 ‘장풍(藏風)’의 줄임이다.
한국 사람들이 북쪽을 등지면서 남쪽을 향해 집을 짓는 이른바 ‘배산임수(背山臨水)’는 바람을 삶에 위협적인 대상으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특히 도시인의 터전은 대부분 가능하면 바람을 막는 구조이다. 그러나 인간이 바람을 지나치게 막으면 몸은 훨씬 척박해진다.
식물이든 인간이든 적당한 바람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한 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바람은 필수다. 거실의 바람개비꽃도 바람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해서 건강하지 못하다.
건강하지 못한 것은 거실의 식물만이 아니라 내 자식을 비롯한 이 땅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종일 바람을 맞이할 기회가 거의 없다. 주로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절대 올바른 인성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의 교육계는 학교폭력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고, 그 전쟁에서 이기는 법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해결방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성을 함양하는 대안은 별로 없다.
한국의 교육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무엇보다도 삶의 가치를 행복에 두지 않고 이른바 출세에 둔 채 천편일률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고 아무리 좋은 방법을 제시하더라도 백약이 무효다. 한국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의 본성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이런 장벽은 삶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과 인식의 전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바람개비꽃은 바람을 맞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한국의 교육도 학생들을 온실에서 빨리 나오게 해서 바람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강판권 <교수>
나는 이러한 삶의 이치를 거실의 바람개비꽃에서 자주 확인한다. 작은 화분에 살고 있는 이 풀은 추운 겨울인데도 꽃을 피우고 있다. 바람개비꽃은 꽃 모양이 바람개비처럼 생겨서 붙인 이름이다. 꽃잎은 장미과의 꽃잎처럼 다섯 장이다.
바람개비꽃이 겨울에도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햇볕 때문이지만, 나는 햇볕과 더불어 바람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꽃이 바람개비처럼 생긴 것은 바람처럼 날아가고 싶은 욕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처럼 식물도 누군가를 닮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도 없고, 더욱이 후손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바람개비꽃의 모양이 바람개비를 닮은 것은 씨앗을 살기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거실에 살고 있는 바람개비꽃은 바람을 맞이하더라도 씨앗을 먼 곳으로 보낼 수가 없다. 이게 내가 식물을 거실에서 키우면서도 마음 아픈 부분이다.
사람들이 식물을 좋아하면서도 식물의 본성이 마음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을 가슴아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나 역시 자주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간혹 거실의 식물을 볼 때만 생각한다.
인간은 살기 위해 바람을 맞기도 하지만 막기도 한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을 선택하기 위해 만든 ‘풍수(風水)사상’의 ‘풍수’ 중 ‘풍’은 ‘바람을 갈무리한다’는 ‘장풍(藏風)’의 줄임이다.
한국 사람들이 북쪽을 등지면서 남쪽을 향해 집을 짓는 이른바 ‘배산임수(背山臨水)’는 바람을 삶에 위협적인 대상으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특히 도시인의 터전은 대부분 가능하면 바람을 막는 구조이다. 그러나 인간이 바람을 지나치게 막으면 몸은 훨씬 척박해진다.
식물이든 인간이든 적당한 바람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한 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바람은 필수다. 거실의 바람개비꽃도 바람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해서 건강하지 못하다.
건강하지 못한 것은 거실의 식물만이 아니라 내 자식을 비롯한 이 땅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종일 바람을 맞이할 기회가 거의 없다. 주로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절대 올바른 인성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의 교육계는 학교폭력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고, 그 전쟁에서 이기는 법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해결방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성을 함양하는 대안은 별로 없다.
한국의 교육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무엇보다도 삶의 가치를 행복에 두지 않고 이른바 출세에 둔 채 천편일률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고 아무리 좋은 방법을 제시하더라도 백약이 무효다. 한국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의 본성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이런 장벽은 삶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과 인식의 전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바람개비꽃은 바람을 맞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한국의 교육도 학생들을 온실에서 빨리 나오게 해서 바람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