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존경받는 부자는?

존경받는 부자는?

by 운영자 2012.02.20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기 위한 공동모금활동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얼마나 모금 되었을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희망 2012 나눔 캠페인'의 모금액이 역대 최고액인 2541억원이라고 발표 했습니다.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경제사정이 어려운데도 많은 분들이 기부를 해 주신 덕분입니다. 그런데 이 기부자 중 부자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또한 궁금해집니다.

최근에 안철수 교수의 기부소식이 언론에 크게 보도 되었습니다만 미국 등에 세계적으로 부자들이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소식은 자주 접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재단'입니다. 이 재단은 한때 세계 제1의 부자였던 빌 게이츠 부부가 자신들의 재산 대부분을 자선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자선사업 재단이지요.

그러나 더 인상적인 기부자는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세계 최고 부자인 워런 버핏 입니다. 그는 2006년 '빌 앤드 멜렌다 게이츠 재단'에 300억 달러에 해당하는 버크샤 헤더웨이의 주식 1000만주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신기하게 여기는 것은 워레 버핏이 왜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직접 재단을 만들지 않고 그 막대한 재산을 왜 게이츠재단에 기부했느냐는 겁니다.

그 정도 돈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도 뭐라 할 사람 없을 텐데 워렌 버핏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단지 자신보다 빌게이츠 부부가 자산을 더 잘 관리할 것 같아서 맡겼다고 하니 새삼 그가 돋보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라는 단체를 만들어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50%를 기부하는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이미 테드 터너 CNN회장,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설립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등 57명의 부자들이 기부를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미국에서 부자는 당연히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돈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돈을 제대로 쓰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재벌들도 기부를 하고 너도나도 재단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부자들과는 격이 다릅니다. 우리나라 재벌은 개인 돈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부정을 저질러 죄 값을 때우기 위해 개인재산을 내놓은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회사 돈으로 자기가 생색을 냅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회사 명의의 재단을 만들어 기부를 하지만 사실은 세금 감면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러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천연덕스럽게 들먹이며 나팔 불고 광을 팝니다.

이러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기부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기부는 우리와는 다릅니다. 단지 금액의 차이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돈은 꽁꽁 묶어 숨겨두었다가 자식에게 편법으로라도 세금 덜 내고 물려주기에 급급하면서, 회사 돈으로 기부하고 나서 광을 파는 부자들을 어찌 존경할 수 있겠습니까?

기부라고 해서 다 같은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순수한 기부를 통하여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부자들이 많아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성록 박사는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한노인회 중앙회 사무총장직을 겸무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자원봉사센터 대표이사와 국무총리실 자원봉사진흥위원회 실무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비영리 민간조직 갈등관리론》 《사회적 인간의 본성》 《자원봉사 매니지먼트》 등 다수가 있다.
이성록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