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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와 정치인

철새와 정치인

by 운영자 2012.02.28

올해는 4월 총선 때문에 신문,방송에 정치 기사들이 넘친다. 올해는 아마 꽃 피는 봄소식보다 정치인들의 자랑이 매스컴을 장악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선거철마다 피해를 입는 존재들이 적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억울한 존재는 철새일 것이다. 왜냐하면 각 정당마다 '철새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할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규정하는 철새 정치인은 이해 관계에 따라 이 당 저당에 몸담는 사람을 뜻한다.

정치인들이 정치철학도 없이 당선만을 위해 이 당 저 당을 옮기는 것은 정치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그런 행동을 철새에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철새는 이 당 저 당을 옮겨 다니는 정치인처럼 철학이 없는 존재가 아니다. 철새는 철저하게 나름의 법칙을 가지고 치밀하게 움직인다. 더욱이 철새의 그런 행동은 인간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준다.

세계 각국에서 철새를 보호하는 이유도 그 존재가 인간에게 무척 유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철새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다.

인간은 자주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을 아무 생각도 없이 소중한 생명체에 비유한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이 사회에 기여하는 몫이 아주 적으면서도 거침없이 철새를 모독하는 것을 보노라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그들은 한 마리 새만도 못한 자신들이 함부로 내뱉은 말이 이 사회를 얼마나 어지럽히는지조차 모른다. 겨울철 우리나라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존재는 바로 철새들이다.

철새들이 겨울철에 우리나라를 찾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왜냐하면 철새들이 우리나라에 찾는 것 자체가 아직도 이 나라가 살만한 곳임을 뜻이기 때문이다.

만약 철새가 찾지 않는다면 그 곳은 죽은 터전이고, 우리들도 머지않아 이 땅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이 해마다 줄고 있다. 그 만큼 철새들이 살만한 공간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정작 사라져야할 존재는 철새가 아니라 철새만도 못한 정치인들이다. 철새들을 위해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정치인들이 철새를 하찮은 존재로 인식하는 것을 보노라면 정말 구역질난다.

한 사회의 수준은 다른 존재에 대한 존중과 존경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인간의 비극은 다른 생명체들이 생활공간에서 존재하는데도, 특히 인간이 그런 존재 덕분에 살아가는 데도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정치 수준은 사회의 중요한 발전 단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다. 선거는 정치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한국의 정치는 선거철마다 철새정치인들을 비난하면서 아무 죄도 없는 철새를 입에 오르내리는 관행이 사라질 때 한 단계 성숙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철새정치인이 아닌 고귀한 한 존재로서 자리매김하려면 생명체에 대한 이해와 진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과정 없이 선거를 통해 당선되더라도 한국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올해 선거에는 생명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그런 정치인들을 만나고 싶다.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