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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의 미학

착각의 미학

by 운영자 2012.04.16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일은 수시로 착각하는 것이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것이다. 작은 착각이 갈등을 불러오고 한 순간의 착각이 파멸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기에 착각은 제거해야 할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기에 착각은 금물이다. 우리는 진리를 추구하면서 진실을 파악할 때 만족하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때 행복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착각이 때로는 인간관계를 강화하고 행복감을 높여 주는 요인이 된다고 해석한다. 즉 착각에 빠질 줄 알아야 행복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EBS TV <다큐프라임> 은 실험을 통해 긍정적 착각은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는 가설을 증명했다. 제작진은 "우린 그동안 착각의 부정적 측면만을 얘기해 왔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착각에도 부정성과 긍정성이란 두 가지 얼굴이 있다"면서 "인간이 본래 착각하는 존재인 만큼 착각의 긍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착각을 콩깍지 씌었다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부부싸움을 하고나면 아내는 언제나 “내 눈이 삐었지”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콩깍지가 벗겨지니 중대한 착각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 때 나는 “당신 눈 삔 바람에 내 신세가 망가졌다!”는 멘트를 날려준다. 내 눈에 콩깍지도 벗겨졌다는 말이다.

그런데 콩깍지는 수시로 벗겨지고 다시 씌워지기도 한다. 부부싸움을 지켜 본 아이들이 “엄마는 왜 아빠랑 살아요?”라고 묻는다.

그 때 “그 놈의 정 때문에…”라고 대답한다면 이는 곧 콩깍지가 벗겨졌다가 다시 씌워진 것이다. 그런데 “그 놈의 정”이라는 콩깍지는 상대가 미운 짓을 했더라도 잘 벗겨지지 않고 오히려 잘못할수록 더 두꺼워지기도 한다.

과학적으로도 행복하려면 콩깍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워털루 대학의 존 홈즈와 미시건 대학의 샌드라 머레이 교수는 연구를 통하여 사랑하는 커플은 자기 파트너의 단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내 파트너는 단점도 있어, 하지만…’ 과 같은 식으로 상대방을 옹호하고 심지어는 그 단점을 장점으로 생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콩깍지가 씌워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관계의 애틋함은 장점과 강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점과 약점이 끈끈하고 살가운 인간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단점과 약점이 있어야 서로의 눈에 콩깍지를 씌울 수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착각을 통하여 행복감을 누리고 있다. 상대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상황을 명백하게 인식한다면 사랑은 불가능해진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성록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