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자원봉사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자원봉사

by 운영자 2012.04.30

5월, 사랑의 계절이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자원봉사 활동방법에 대한 강의요청도 많아졌습니다. 필자는 강의를 할 때면 무엇보다 자원봉사활동은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를 권유할 때 흔히 “~를 위하여”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예컨대 “장애인을 위하여” “독거노인을 위하여” “지역사회를 위하여”라는 식이지요. 그러나 “위하여”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자원봉사활동은 지역사회 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for)” 활동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共育), 함께 활동(共動)하며, 함께 즐거움(共樂)을 누리는 “함께(with)”의 활동입니다.

즉 자원봉사 활동은 이웃의 문제, 지역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파악하여 그 문제해결을 위하여 함께 작용하며, 문제해결 과정에서 자기성장을 경험함으로서 삶의 즐거움을 얻는 활동인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자원봉사 활동은 자기중심적인 일방적 행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문제를 안고 있는 당사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의 실상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고, 문제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게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활동입니다.

다음은 필자가 오래 전 경험한 일화입니다. 상황을 상상하면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양노원의 한 할머니. 그 할머니는 성격이 까칠하시긴 하지만 자원봉사자들과 잘 어울리셨습니다.

그런데 설날이 지나고 할머니를 뵈었더니 잔뜩 화가 나 계셨습니다. 몇 번이나 이유를 여쭌 끝에 불쑥 하시는 말씀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나이에 온갖 귀신에게 시달려야 하는지… 빨리 죽어야지”라는 것입니다.

저간 사정을 들어보니 설날이 되어 아침에는 교회에서 찾아와 예배보고 좀 있다가 성당에서 찾아와 미사 드리고 좀 있다가는 절에서 찾아와 예불 드리고... 이런 식으로 하루 종일 온갖 종교의식을 치르다 잠자리에 누우니 온갖 귀신들이 왔다 갔다 하여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자기 입장에서 “위하여”라는 식의 일방적 접근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에도 사례와 같이 상대를 위한답시고 오히려 상대편의 실정과 입장을 무시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선한 뜻으로 “위하여” 하는 것이지만, 일방적으로 하면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의 종교를 강요한다거나, 상대방의 생활리듬을 무시한 일방적인 활동은 도와준다는 것이 오히려 상처를 주거나, 더욱 곤란에 빠지게 합니다.

비유컨대 꼬부랑 할머니의 지팡이를 대신 들어주겠다고 빼앗는 것과 같은 일방적 행동은 자원봉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자원봉사활동은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적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위하여”가 아니라 “함께” 자원봉사를 해야 합니다. 자원봉사는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가 아니라 주고받는 쌍방적인 관계를 지향합니다. 비록냉수 한 잔이라도 주고받을 때 자원봉사의 열매가 열리게 되는 것이지요. “어려운 이웃과 함께 자원봉사를 합시다!”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지는 그 날을 기대해 봅니다.

이성록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