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자리
뜻밖의 자리
by 운영자 2012.05.16
어버이날을 맞아 교회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도관광을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 되면 갖는 행사로서 일흔 이상 되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녀오는 여행길입니다.
올해는 강원도 영월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출발하는 시간이 아침 이른 시간이었지만 모두들 소풍을 가는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싶었습니다.
예쁜 옷에 예쁜 신발, 잠을 못 이뤘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였지만 보이지 않는 분들도 있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지난해에 다녀오신 분들 중 그새 세상을 떠난 분들도 있고, 마음은 간절하지만 몸이 쇠약해져 함께 나설 수 없는 분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갈아탄 중앙고속도로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치악산 산중턱을 타고 지나니 절경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렇게 달려 가장 먼저 들른 곳이 청령포였습니다. 단종의 유배지입니다. 강물이 감돌아 흘러 따로 울타리를 치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가 유배지, 그럼에도 그를 가로막았던 것은 결코 강물만은 아니었을 터, 저곳에 갇혀 지는 해를 바라보았을 심사를 헤아리니 덩달아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청령포는 배를 타는 입구부터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허름한 음식점이 있던 곳에는 그럴듯한 건물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위한 변화라 하지만 청령포 앞에 당당하게 우뚝 선 건물은 왠지 낯설어보였습니다. 청령포에 담긴 아픔을 담아내는 마음이 아쉽게도 느껴졌습니다.
작은 배를 타고 몸을 비틀 듯 배가 한 바퀴를 돌자 바로 청령포, 모래로 된 백사장을 지나 소나무 숲에 드니 소나무의 향내와 짙은 그늘이 우리를 맞았습니다.
그 옛날 단종의 아픔을 보고 들었다는 관음송의 위용도 여전했습니다. 솔숲 곳곳엔 은은한 향내가 담겨 있어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솔숲을 걷는 마음은 어느새 거기 넉넉한 품으로 선 소나무를 닮아서인지 평화로웠습니다. 점심을 먹고 장릉에 이어 찾은 곳은 한반도면, 생긴 모양이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 하여 아예 면 이름까지를 그렇게 고쳤다 했습니다.
숲길을 따라 들어가니 절벽 끝으로 펼쳐져 있는 기가 막힌 풍경, 에돌아가는 강물이 만들어낸 풍경은 영락없이 한반도를 닮아 있었습니다.
한반도가 이곳을 닮은 것인지, 이곳이 한반도를 닮은 것인지 서로 닮은 지형을 보며 모두들 감탄을 하며 신기해했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나오는 길, 막 숲을 빠져나올 때 일행 중 몇 명이 진입로 초입에 있던 가판대에서 약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들어가며 가판대를 보았는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안경 닦는 약을 팔고 있었습니다. 안경 닦는 약을 이곳에서 팔다니, 뭔가 생뚱맞다 싶었습니다.
도시 한 복판에서 팔아도 팔릴까 싶은 약을 이리도 외진 곳에서 파고 있다니 영 어울리지 않는다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들어올 때 약을 파는 이가 지나가는 이들의 안경을 닦아주었는데, 닦아준 안경으로 한반도 지형을 보니 그렇게 밝게 보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밝음을 경험한 이들이 나오는 길에 나서서 그 약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곳은 안경 닦는 약을 팔기에 참으로 적절한 자리였던 것입니다.
생각지 못한 곳에 그럴 듯한 자리가 따로 있다니, 빙긋이 웃음이 났습니다. 강원도라는 땅 자체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지요.
한희철 <목사>
올해는 강원도 영월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출발하는 시간이 아침 이른 시간이었지만 모두들 소풍을 가는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싶었습니다.
예쁜 옷에 예쁜 신발, 잠을 못 이뤘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였지만 보이지 않는 분들도 있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지난해에 다녀오신 분들 중 그새 세상을 떠난 분들도 있고, 마음은 간절하지만 몸이 쇠약해져 함께 나설 수 없는 분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갈아탄 중앙고속도로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치악산 산중턱을 타고 지나니 절경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렇게 달려 가장 먼저 들른 곳이 청령포였습니다. 단종의 유배지입니다. 강물이 감돌아 흘러 따로 울타리를 치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가 유배지, 그럼에도 그를 가로막았던 것은 결코 강물만은 아니었을 터, 저곳에 갇혀 지는 해를 바라보았을 심사를 헤아리니 덩달아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청령포는 배를 타는 입구부터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허름한 음식점이 있던 곳에는 그럴듯한 건물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위한 변화라 하지만 청령포 앞에 당당하게 우뚝 선 건물은 왠지 낯설어보였습니다. 청령포에 담긴 아픔을 담아내는 마음이 아쉽게도 느껴졌습니다.
작은 배를 타고 몸을 비틀 듯 배가 한 바퀴를 돌자 바로 청령포, 모래로 된 백사장을 지나 소나무 숲에 드니 소나무의 향내와 짙은 그늘이 우리를 맞았습니다.
그 옛날 단종의 아픔을 보고 들었다는 관음송의 위용도 여전했습니다. 솔숲 곳곳엔 은은한 향내가 담겨 있어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솔숲을 걷는 마음은 어느새 거기 넉넉한 품으로 선 소나무를 닮아서인지 평화로웠습니다. 점심을 먹고 장릉에 이어 찾은 곳은 한반도면, 생긴 모양이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 하여 아예 면 이름까지를 그렇게 고쳤다 했습니다.
숲길을 따라 들어가니 절벽 끝으로 펼쳐져 있는 기가 막힌 풍경, 에돌아가는 강물이 만들어낸 풍경은 영락없이 한반도를 닮아 있었습니다.
한반도가 이곳을 닮은 것인지, 이곳이 한반도를 닮은 것인지 서로 닮은 지형을 보며 모두들 감탄을 하며 신기해했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나오는 길, 막 숲을 빠져나올 때 일행 중 몇 명이 진입로 초입에 있던 가판대에서 약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들어가며 가판대를 보았는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안경 닦는 약을 팔고 있었습니다. 안경 닦는 약을 이곳에서 팔다니, 뭔가 생뚱맞다 싶었습니다.
도시 한 복판에서 팔아도 팔릴까 싶은 약을 이리도 외진 곳에서 파고 있다니 영 어울리지 않는다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들어올 때 약을 파는 이가 지나가는 이들의 안경을 닦아주었는데, 닦아준 안경으로 한반도 지형을 보니 그렇게 밝게 보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밝음을 경험한 이들이 나오는 길에 나서서 그 약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곳은 안경 닦는 약을 팔기에 참으로 적절한 자리였던 것입니다.
생각지 못한 곳에 그럴 듯한 자리가 따로 있다니, 빙긋이 웃음이 났습니다. 강원도라는 땅 자체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지요.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