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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은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다

징기스칸은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다

by 운영자 2012.06.12

술주정뱅이에다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형제가 있었다.

어머니마저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고, 어린 형제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들이 훗날 커서 형은 목사가 되었고, 동생은 유명한 깡패가 되었다.

어느 기자가 이 형제에 관심을 갖고 인터뷰를 하였는데, 형과 동생을 각각 따로 만나 똑같은 질문을 하였다. “온전치 못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해서 어떻게 지금의 위치로 살고 있습니까?”

그런데 동생과 형의 대답은 모두 똑같았다.

“술주정뱅이에,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맡에서 자랐는데, 어찌 이렇게 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는 이 형제와 똑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현재 어떤 위치에 있었을 것인가? 형과 동생의 대답은 같지만, 그 말속에 담긴 의미와 뉘앙스는 다르다. 즉 목사가 된 형은 유년시절 아버지의 옳지 못한 행위를 보면서 늘 이런 생각을 하며 자랐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아서는 안된다. 삶의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 훗날 내 아이들만큼은 나처럼 살게 해서는 안된다.’ 반면 동생은 그런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자라면서 늘 원망을 일삼았고 자신도 모르게 삐뚤어진 길을 선택해 아버지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던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형제처럼 성장한다면 동생과 같은 삶으로 살아갈 확률이 크다. 보고 자란 표준의 ‘아버지’라는 룰모델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깡패가 된 동생을 보고 독자들은 동정표를 던질 것이다. 그런데 깡패가 된 사람에게 무조건 동정해야 할 것인가?

사람은 어느 누구나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 요소를 갖추고 있다. 현재 처한 환경을 얼마든지 극복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건만 잘못된 것은 무조건 주위 사람과 환경으로 돌리기 때문에 발전이 없는 것이다.

오래전 택시기사 한분이 승객의 돈을 빼앗고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에 체포되어 기자가 ‘왜 그런 일을 했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현재 택시기사 월급으로는 살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라고 대답하였다.

나는 이 뉴스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와 반대의 택시 기사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사는 택시 내부를 화려하게 꾸며 승객이 택시를 타고 있는 순간만큼은 황제처럼 모시겠다는 포부로 차 내부를 꽃으로 꾸몄다는 사람이 있었다.

조선 초기 세종대왕은 한국사에서 가장 최고의 왕으로 꼽힌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어려서 연약한데다 학문에만 열정을 쏟아 육신 전체가 종합병동이었다. 당뇨,피부염,눈병,풍질 등 국정을 정상적으로 행하기 어려울 만큼 평생 병고에 시달렸다.

또한 어릴 적은 주목받지 못한 왕자였고, 왕위에 올라서도 그를 받쳐주는 세력도 없었으며, 한동안 부왕 태종의 그늘에 있었다. 어느 나라나 왕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왕이라는 권력을 남용해 역사에 오명을 남긴 왕도 부지기수다. 세종대왕은 병고를 잘 극복하고 성군으로 남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찬사 받아야 한다. 불교에서는 업業(karma)이라는 사상이 있다. 자신이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을 업이라고 칭한다.

좋은 쪽으로 업을 짓느냐, 나쁜 쪽으로 업을 짓느냐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무조건 환경만을 탓하고 내 주위 사람 때문에 자신이 악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택시 기사라는 똑같이 주어진 직업에서 어떻게 삶을 꾸렸느냐는 환경이 아닌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은 자신이 만든 업에 의한 것으로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이요,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야 한다. 징기스칸은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 자신 스스로 만든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