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만리장성 속셈
‘고무줄’ 만리장성 속셈
by 운영자 2012.06.15
‘만리장성은 달에서도 보인다’는 표현은 과장법의 극치지만 인류의 거대한 문화유산의 하나이자 중국의 대표적 관광명소임에는 틀림없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베이징에서 가까운 바다링(八達嶺)장성을 둘러본 뒤 “만리장성을 보고 왔다”고 말한다.
만리장성 턱밑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편의성 때문이다. 바다링 장성은 가장 먼저 개방된 구간으로 만리장성의 위용을 축약 시켜 놓은 듯 성벽과 성가퀴, 돈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망루에 숨가쁘게 오르면 주름치마처럼 흘러내린 험준한 능선을 따라 달음박질치듯 뻗어나간 만리장성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구불구불한 산마루를 향해 용틀임하는 용이 아득한 구름너머로 사라지는 형상이다.
험준한 산악지대에 성벽을 쌓기 위해 동원된 군사와 징발된 백성들은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을까? 성을 쌓던 사람들이 일을 하다 죽으면 그 자리에 묻어 만리장성은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 불리기도 한다.
최근 중국 국가문물국은 만리장성에 대한 정밀 조사와 측량 작업을 진행한 결과 “장성의 총 길이가 2만1196.8㎞에 이르며 총 4만3721곳의 유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09년에는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기존의 허베이성 산하이관에서 압록강 하구의 후산(虎山)산성으로 수정하면서 총 길이가 8851.8㎞라고 발표했었다.
이번에는 동쪽 끝과 서쪽 끝을 모두 연장했다. 동쪽은 후산의 동북쪽인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지린(吉林)성에서도 대규모 장성 유적이 발견됐고, 서쪽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도 장성 유적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는 고구려의 ‘천리장성’과 ‘발해장성’ 2곳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이 만리장성을 고무줄 늘리듯 늘리는 속셈은 무엇인가? 지난 12일 열린 동북아역사사재단의 긴급토론회에서는 “만리장성 확장은 동북공정과 같은 효과로 ‘중화민족(한족)의 영토적 확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만리장성이란 표현 대신 ‘역대 장성’개념으로 우리를 혼돈에 빠뜨리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중국의 여러 왕조들과의 전쟁을 위해 쌓았던 다른 민족의 장성도 현재 중국의 영토 안에 있으니 모두 중국의 장성이라는 억지 논리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로 중국 안의 장성은 각 민족이 각각 다른 시기에 세운 것”이라며 “고구려 시기의 유적을 포함해 모두 중국 민족의 문화와 유산”이라는 뤼차오(?超) 랴오닝(遼寧)사회과학원 연구원의 궤변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한술 더 떠 한국의 비판 여론을 생트집이라니 적반하장이다. 이는 역사 왜곡을 문화유적에 까지 적용하여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장성선은 곧 국경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중국이 발표한 장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리장성과는 다른 개념이며 우리 정부가 나설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학계의 통일된 대응논리 개발과 정부 차원의 대응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이규섭 <시인>
만리장성 턱밑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편의성 때문이다. 바다링 장성은 가장 먼저 개방된 구간으로 만리장성의 위용을 축약 시켜 놓은 듯 성벽과 성가퀴, 돈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망루에 숨가쁘게 오르면 주름치마처럼 흘러내린 험준한 능선을 따라 달음박질치듯 뻗어나간 만리장성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구불구불한 산마루를 향해 용틀임하는 용이 아득한 구름너머로 사라지는 형상이다.
험준한 산악지대에 성벽을 쌓기 위해 동원된 군사와 징발된 백성들은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을까? 성을 쌓던 사람들이 일을 하다 죽으면 그 자리에 묻어 만리장성은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 불리기도 한다.
최근 중국 국가문물국은 만리장성에 대한 정밀 조사와 측량 작업을 진행한 결과 “장성의 총 길이가 2만1196.8㎞에 이르며 총 4만3721곳의 유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09년에는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기존의 허베이성 산하이관에서 압록강 하구의 후산(虎山)산성으로 수정하면서 총 길이가 8851.8㎞라고 발표했었다.
이번에는 동쪽 끝과 서쪽 끝을 모두 연장했다. 동쪽은 후산의 동북쪽인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지린(吉林)성에서도 대규모 장성 유적이 발견됐고, 서쪽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도 장성 유적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는 고구려의 ‘천리장성’과 ‘발해장성’ 2곳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이 만리장성을 고무줄 늘리듯 늘리는 속셈은 무엇인가? 지난 12일 열린 동북아역사사재단의 긴급토론회에서는 “만리장성 확장은 동북공정과 같은 효과로 ‘중화민족(한족)의 영토적 확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만리장성이란 표현 대신 ‘역대 장성’개념으로 우리를 혼돈에 빠뜨리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중국의 여러 왕조들과의 전쟁을 위해 쌓았던 다른 민족의 장성도 현재 중국의 영토 안에 있으니 모두 중국의 장성이라는 억지 논리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로 중국 안의 장성은 각 민족이 각각 다른 시기에 세운 것”이라며 “고구려 시기의 유적을 포함해 모두 중국 민족의 문화와 유산”이라는 뤼차오(?超) 랴오닝(遼寧)사회과학원 연구원의 궤변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한술 더 떠 한국의 비판 여론을 생트집이라니 적반하장이다. 이는 역사 왜곡을 문화유적에 까지 적용하여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장성선은 곧 국경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중국이 발표한 장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리장성과는 다른 개념이며 우리 정부가 나설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학계의 통일된 대응논리 개발과 정부 차원의 대응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