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열린 다문화 병영시대
빗장 열린 다문화 병영시대
by 운영자 2012.06.22
초등학교 4학년인 소년은 그을린 듯한 피부에 눈이 유난히 크다. 또래 아이들이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들어도 구석진 의자에 앉아 눈망울만 깜빡 거린다. 커다란 눈동자에 우수의 그늘이 짙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동영상을 보여줘도 멀뚱멀뚱 바라본다. 키가 작았던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된 이야기, 휴대폰 외판원인 폴 포츠가 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하여 우승하는 감동의 스토리에 다른 아이들은 호기심 있게 바라보았지만 그는 무표정하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드림스타트센터 강의실에서 만난 그 소년은 어머니가 필리핀 여성인 다문화 가정 어린이다. 장난기 심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꿈을 찾아 길을 떠나요!’를 주제로 강의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무엇이고, 선생님이나 부모, 친구들이 칭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함께 “나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적어 보라고 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그 소년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썼다. “선생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개인 상담을 하니 더듬거리면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무엇이 그를 외톨이로 만들었을까?.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거나 ‘왕따’를 당하기 일쑤다. 서툰 한국어로 인해 학습 부진아가 되기도 하고 일탈 행동으로 부모들의 속을 태우기도 한다.
지자체마다 방과 후나 부모가 일터에 나가는 주말, 저소득층자녀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쉽게 동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문화 가정은 지역의 주민이자 우리 이웃이고, 다문화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흐름이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여 고향처럼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편견을 버리고 배려하는 열린 마음이 더욱 절실하다. 다인종의 포용은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이자 세계화의 지름길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사회진출도 우리사회에 뿌리 깊은 혈연과 지연, 학연 등 연줄로 좌절을 겪을 수 있다. 어느새 다문화 병영시대가 열렸다. 현재 다문화 가정출신 병사는 200명 정도로 징병검사 대상도 올해 1165명이나 되고, 2028년엔 현역병이 1만2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오는 10월이면 직업군인인 부사관도 처음으로 나오고 장교가 배출될 날도 멀지 않았다. 문화와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 2세들이 규율이 엄격한 병영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군은 2009년 다문화 가정 지원 지침을 만들었고, 지난해는 장교 임관과 입영 선서문의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란 부분을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로 고쳤다.
다문화 가정 2세들이 병영에서 따돌림을 받지 않고 동화할 수 있게 정훈교육도 강화해야 하겠지만 지휘관과 선임병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들의 복수문화와 2중 언어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파병이나 다국적군의 협동 업무 등에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규섭 <시인>
‘꿈★은 이루어진다’는 동영상을 보여줘도 멀뚱멀뚱 바라본다. 키가 작았던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된 이야기, 휴대폰 외판원인 폴 포츠가 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하여 우승하는 감동의 스토리에 다른 아이들은 호기심 있게 바라보았지만 그는 무표정하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드림스타트센터 강의실에서 만난 그 소년은 어머니가 필리핀 여성인 다문화 가정 어린이다. 장난기 심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꿈을 찾아 길을 떠나요!’를 주제로 강의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무엇이고, 선생님이나 부모, 친구들이 칭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함께 “나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적어 보라고 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그 소년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썼다. “선생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개인 상담을 하니 더듬거리면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무엇이 그를 외톨이로 만들었을까?.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거나 ‘왕따’를 당하기 일쑤다. 서툰 한국어로 인해 학습 부진아가 되기도 하고 일탈 행동으로 부모들의 속을 태우기도 한다.
지자체마다 방과 후나 부모가 일터에 나가는 주말, 저소득층자녀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쉽게 동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문화 가정은 지역의 주민이자 우리 이웃이고, 다문화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흐름이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여 고향처럼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편견을 버리고 배려하는 열린 마음이 더욱 절실하다. 다인종의 포용은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이자 세계화의 지름길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사회진출도 우리사회에 뿌리 깊은 혈연과 지연, 학연 등 연줄로 좌절을 겪을 수 있다. 어느새 다문화 병영시대가 열렸다. 현재 다문화 가정출신 병사는 200명 정도로 징병검사 대상도 올해 1165명이나 되고, 2028년엔 현역병이 1만2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오는 10월이면 직업군인인 부사관도 처음으로 나오고 장교가 배출될 날도 멀지 않았다. 문화와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 2세들이 규율이 엄격한 병영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군은 2009년 다문화 가정 지원 지침을 만들었고, 지난해는 장교 임관과 입영 선서문의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란 부분을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로 고쳤다.
다문화 가정 2세들이 병영에서 따돌림을 받지 않고 동화할 수 있게 정훈교육도 강화해야 하겠지만 지휘관과 선임병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들의 복수문화와 2중 언어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파병이나 다국적군의 협동 업무 등에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