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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과 핸드폰

내비게이션과 핸드폰

by 운영자 2012.07.11

어느 샌지 모르게 우리 생활에 필수품처럼 자리를 잡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물건을 쓰게 된 지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닌데도 이제는 그 물건 없이는 생활이 어렵다 느껴질 만큼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지요.

그 중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내비게이션과 핸드폰이 아닐까 싶습니다. 웬만한 자동차엔 내비게이션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모르는 길, 낯선 길을 갈 때 예전 같으면 약도를 그리고 지도를 챙기고 미리 전화를 걸어 중요한 정보를 메모해야 했지만, 지금은 주소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친절하게 안내를 해줍니다.

내비게이션은 화를 내는 법도 없어 운전자가 자기 말을 무시하고 다른 길을 택해도 인내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길을 안내해 줍니다. 정 답답하다 싶을 때면 “이 길로 계속 진행하시면 먼 길을 돌아가게 됩니다.” 정도의 경고를 할 뿐입니다.

핸드폰은 거의 모든 세대의 필수품이 된 것 같습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으로부터 초등학교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핸드폰이 없는 이들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서건 틈만 나면 핸드폰을 꺼내 열중하는 모습들이 이제는 가장 흔한 풍경이 된 듯싶습니다.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핸드폰으로 문자를 나누는 모습들도 흔합니다.

기계 사용에 서툰 내가 핸드폰의 기능 중 전화와 문자 외에 가장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이 알람 기능입니다. 매일 새벽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 내게는 정확하게 시간을 알려주는 기기가 꼭 필요합니다.

예전 같으면 알람 기능이 있는 시계에 시간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는데, 이제는 핸드폰이 그 기능을 대신합니다. 반복 기능을 설정할 수도 있어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깼다가 깜박 다시 잠이 드는 것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내비게이션과 핸드폰은 최신의 기계들이지만, 생각해보면 인간은 어느 시대에나 같은 요구 혹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여겨집니다. 내비게이션이 길과 방향을 찾는 도구이며 핸드폰의 알람 기능이 시간을 가늠하는 장치라 한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길과 방향을 정하기 위해 까마득한 원시인들도 하늘의 별들을 살폈고, 그 중 북극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그 별을 기준으로 길과 방향을 정하고는 했지요. 원시인들에게도 올바른 방향을 정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때가 언제쯤인지를 알고자 하는 마음은 어느 시대 어떤 나라나 동일했습니다. 하지와 동지, 춘분과 추분 등을 찾아낸 것도 그러하고, 24절기를 만들어낸 것도 마찬가지 생각에서였습니다. 때를 짐작하고, 때에 맞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시대가 달라져 이제는 내비게이션이 우리의 길을 자세히 알려주고, 핸드폰이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고 있지만, 방향과 때를 짐작하고 싶어 했던 마음은 시대에 상관없이 인간이 가져왔던 가장 근본적은 욕구였던 것이지요.

더없이 편리한 마음으로 당연한 듯 내비게이션과 핸드폰을 쓰면서 문득 묻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정말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을 말이지요. 우리 삶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묻는 것은 시대와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물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