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문화의 공유를 위하여

문화의 공유를 위하여

by 운영자 2012.07.17

‘문화는 동사형이다.’ 최근 들어서 자주 쓰는 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의 뉘앙스는 우아한 깊은 산속 사찰의 고전 건축물, 몇 백 년 지난 가옥, 특이한 건축양식 혹은 오래된 문화유산적인 성곽 등 고정되어 있는 건축물 혹은 정지된 풍경 등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문화의 개념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50대 어른들은 문화의 체험을 삐삐 시대로부터 거슬러 간다. 급한 일이 있거나 연인들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을 때, 빠른 전화를 달라고 삐삐에 전화번호를 남기고, 잠시 기다리면 부랴부랴 공중전화를 찾아서 전화를 했다.

그건 한밤중 전화로만 연락이 가능했던 80년대 가히 획기적인 문화혁명이었다. 그리고 80년대 후반, 큼직한 무전기 전화기가 등장하여, 007 시리즈 영화에서만 보던 그 전화기를 차에서 들고 나온 신사들은 그 시대 또 하나의 우상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5년을 채 못 버티고, 소시민들이 가질 수 있는 모바일 폰이 등장했다. 조금씩 업그레이드 된 전화기는 이제 스티브 잡스로부터 정보 문화의 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60대들은 아직도 스마트폰의 위력에 큰 관심이 없다. 50대 친구들도 사용하기 불편함을 이유로 일부는 아직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능력을 맛 본 사람들은 벌써 첨단의 문화를 체험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정보의 시대, 모바일 폰은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는가? 사실 어른들은 모바일 폰이 없어도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불편한 것은 자식들, 친구들과 지인, 소속단체, 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스마트 폰은 이제 세계 정보를 순식간에 공유한다. 뉴스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검색은 물론 음악, 영화, 세계의 변하는 문화를 실시간으로 찾고,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문화의 공유는 단지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그 한 순간의 선택이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문화의 기초 쌓기는 어디인가? 얼마 전 여수 엑스포 박람회를 다녀왔다.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한 곳이라도 더 관람하기 위해 빗물과 땀방울로 온 몸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분주하게 쫓아다녔다.

그리고 해 질 무렵 곤한 몸으로 지쳐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 더욱 허덕거리는 행사장을 바라보았다. 웬걸, 이건 문화 장소가 아니었다. 행사장에 온통 쓰레기들이 춤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루 수 만 명의 인파가 다녀간 행사장 곳곳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비에 젖어 날리고 뒹굴며 신음하는 소리를 오랫동안 들어야했다. 바다 문화와 정보를 위한 박람회에 진정한 문화 정신은 온데간데없었다. 이것은 문화에 대한 기초 쌓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한 풍경이 떠올랐다. 얼마 전 조례 호수공원에서 열렸던 어느 시민단체의 행사를 둘러본 기억. 수 천 명의 참가자들이 앉아있던 자리는 행사가 끝난 뒤 깨끗했다. 자신이 앉은 자리 주위를 스스로 줍고 거두고 챙겨가는 모습. 그리고 주변의 작은 자투리 쓰레기마저 깔끔하게 정리한 후 행사를 마치는 광경은 오래 가슴에 남았다.

여수엑스포 행사장에서 만났던 관람객과 순천조례호수공원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 엄청난 거리감을 느끼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생각이다. 판단의 기본이 되는 생각의 차이가 문화를 움직인다. 그렇다면 문화의 기본을 쌓는 기초는 무엇일까?

인문학에 관한 CF 광고가 떠오른다. ‘인문학은 아무 때나 꼭지를 틀면 콸콸콸 물이 쏟아지는 수돗물이 아닙니다.’ 인문학은 물의 시작과 담수와 정수와 관을 통해 꾸준히 다가오는 과정이 있어야 하듯, 사람의 기초를 말하고 싶었던 광고 카피.

문화는 생각이다. 생각으로 움직이는 행동이다. 그러므로 문화는 생각 속에 갇혀 있는 건물이나 오래된 유물만이 아니다. 문화는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옛 것만이 문화라고 우기지 말자. 고가의 물품만이 문화의 주인공이라고도 우기지 말자. 문화는 강물처럼 흐른다. 문화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으로 이루어진다.

여수 엑스포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공연을 강화했다. 관람객들이 전시된 관람장보다 공연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추세로 돌아섰다 한다.

순천 정원 박람회가 이제 300일도 남지 않았다. 정원 박람회를 대비하는 우리 시민들의 문화 정신은 어떤가?

이제부터라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을 지키는 문화가 곧 우리 시민의 품격이다. 500여만 명이 찾아올 정원 박람회를 개최해야 할 우리는 사명감으로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 한마디, 작은 에티켓, 배려의 마음을 갖자.

조심스러운 말과 행동과 솔선수범만이 성공적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스스로 순천시민의 품격을 세워가야 한다. 우리의 모습 자체가 정원박람회의 품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는 늘 움직이는 우리의 행동반경 자체, 즉 진행형의 동사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장윤호
문학박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