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이는 삶
물들이는 삶
by 운영자 2012.07.19

문덕근
순천이수초등학교장
전남교원단체총연합회장
교육학 박사
사람을 주변 환경에 대처하는 행동변화에 따라 네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본다면 첫째, 나쁜 환경 등 경계에 쉽게 물드는 사람, 둘째 나쁜 환경을 멀리하여 경계에 물들지 않는 사람, 셋째 나쁜 환경에 있으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 넷째 나쁜 환경에 물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나쁜 환경을 좋은 환경으로 바꾸어 버리는 즉, 물들이는 사람이다.
물들까 봐 겁내지 않고, 물들지 않는 걸 능사로 여기지도 않고, 함께 살면서 거꾸로 세상을 깨끗하게 물들이는 사람이 그립다.
이 세대를 살아가는 요즘 우리는 ‘서로 사랑하라’는 말 대신에 ‘서로 시기하며 헐뜯어라’는 말에 길들여져 있지는 않는가? 정치하는 사람들도 지성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순수를 잃은 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 교육계는 어떠한가?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며 사는가? 아이들을 눈에 넣어도 아파하지 않으며, 선생님끼리 만나면 반가워 손부터 내미는가? 씁쓸한 웃음이 먼저 나온다.
교사가 되려고, 교감이 되려고, 교장이 되려고 몸부림했던 노력을 교사·교감·교장이 되어서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선생님이 바보 취급당하는 교육 현장, 남이 생각지 않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열심히 하면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학교 현실 때문에 부단히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학생을 사람으로 만들려는 선생님이 줄어가고 있다.
교원의 윤리, 부모의 윤리, 학생의 윤리가 실종되어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놀러오는 아이들 같다.
무엇을 이루어낸 것이나 무언가 소유한 것만을 성공으로 보지 않고, 어떤 사람이 된 것이나 어떤 자세로 살았는가 하는 것을 성공의 잣대로 여기는 인생관을 갖고 싶다.
재주만이 성공의 조건은 아니다. 재주 많은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천재도 성공의 조건은 아니다. '열매 없는 천재(Unrewarded Genius)'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음미해 볼만하다. 교육도 성공의 비결이 아닌 듯하다.
대학을 나오고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직업을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진정한 성공의 비결은 실패와 성실이 아닐까? 실패를 해도 성실하게 도전하는 태도에서 성공을 볼 수 있다. 실패가 성실을 만나면 성공할 수 있다.
최고의 성실이란 무식(無息)이다. 그 극치는 쉬지 않는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계속하는 것이다.
내일이면 우리학교도 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의 의미는 학교에서 선생님과 같이 하던 공부를 자신의 흥미와 속도에 맞춰가는 것, 더 나아가서는 주어지는 공부에서 선택하는 공부로 틀을 바꾸는 것이다.
해는 매일 뜨고 사계절의 운행은 쉬지 않는 것처럼 자연의 원리를 본받아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다.
성실이란 ‘조금 더, 의무를 넘어서’의 정신이다. 내게 주어진 일과만 하다는 것에서 조금 더 한다는 의미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내 도움을 바라는 사람은 없는지?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마음이다.
영어로 선물은 'Present'인데, 다른 의미로는 ‘현재’를 말한다. 이는 ‘현재 있음’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하고 싶다. ‘Over the responsibility, Extra effort' 정신을 발휘해 보자.
꿀벌은 1g의 꿀을 채취하기 위해 약 1000송이의 꽃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꽃에 가기만 한다고 해서 무조건 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미의 경우 한 송이에 60개의 튜브(Flower tube)가 있어 그 튜브에서 작업하는데 약 70만 번 정도의 작업을 거쳐 1g의 꿀을 얻는다고 한다.
1g에 70만 회라는 놀랍고도 우직한 메커니즘, 이것이 자연에서 배워야 하는 성공 메커니즘이 아닐까?
욕심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는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니까 같이 살던 그 탐욕스런 사람들이 욕심을 내지 않고, 또 나쁜 짓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한참 나쁜 짓도 하고 같이 돌아다녔는데 나중에 보니 그 어울리던 사람들이 모두다 바뀌어버리는 것처럼 함께 살면서 스스로 걸레가 되어 상대의 때를 닦아내는 거꾸로 세상을 물들이는 사람이 많은 세상, 무심코 던진 돌팔매에 목숨을 잃는 개구리가 없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은 세상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