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흡연자는 ‘공공의 적’인가

흡연자는 ‘공공의 적’인가

by 운영자 2012.07.20

그는 긴장의 끈을 풀기 위해 일과 중 짬을 내 건물 밖으로 나와 줄담배를 피우고 들어간다. 혹시 담배 냄새가 날까봐 생수로 입을 헹구고 들어가도 옆자리 동료는 냄새가 난다고 손사래를 치며 오만상을 찌푸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어느 날 쪽 창문이 난 비상구 계단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여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여 “해도 너무하다”고 푸념하며 담배를 끊을까 생각 했으나 스트레스를 날려 주는 담배와 결별하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퇴근 후에는 가족들 건강 생각하여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 담배를 피웠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못하게 됐다. 윗집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온다는 항의를 들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아파트 공터에서 담배를 피웠으나 부녀회에서 ‘금연 단지’를 만든다며 재떨이를 모두 치워 부화가 치솟는다. 언론사에 근무하는 애연가 후배의 푸념이다.

흡연자들의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진다. 한 대기업은 사옥과 사업장 반경 1㎞ 안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했다. 흡연자들은 임원 승진, 해외 주재원 선발 때 불이익을 주는 기업도 생겼다. 흡연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보다 금연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아닐까. 거리에 나와서도 맘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서울 강남대로를 비롯하여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든 지방자치단체가 점점 늘어났다. 버스 정류장은 물론 동네 공원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적발되면 최고 10만원의 벌과금을 내기 때문에 “용돈 10만원을 여유로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우스개가 나왔다. 흡연자들을 ‘공공의 적’으로 범죄자 취급을 한다.

연말부터는 고속도로 휴게소 건물과 부속시설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된 문화재와 주변 보호구역도 주거시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면적 150㎡(45평) 이상 음식점과 제과점은 영업장 전체가 금연구역이 된다.

금연 구역만 확대할 게 아니라 담배제조사, 담배 판매 가게를 없애거나 외국산 담배 수입규제로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빠르고 확실한 방법 아닌가. 담배가 없으면 피우지 못할 테니까.

흡연자들은 비흡연자보다 세금은 더 내면서 홀대 받는 게 억울하다. 담배에 붙는 목적세는 국민건강진흥기금,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폐기물부담금, 부가가치세 등 한 갑 당 1520원으로 지난해 기준 총 1조 9000억원이나 된다. 담배세로 거둬들이는 조세는 연 7조3000억원 규모다.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이 재원을 활용하여 적절한 흡연시설을 만들면 얼마든지 간접흡연을 방지할 수 있다.

일본 신주쿠 등 도심에는 금연거리마다 흡연구역을 별도로 마련해 흡연권을 보장한다. 독일은 ‘흡연버스’를 별도로 운행하여 흡연 승객들을 배려한다. 담배라는 합법적인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에게 흡연자라는 이유로 궁지로 몰아붙이는 금연 정책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

“흡연권 또한 개인의 기본권이며 이는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와 연결되기 때문에 법률로 전면 규제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법학전문가의 견해를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