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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솔로몬의 고민

깊어가는 솔로몬의 고민

by 운영자 2012.07.23

두 여인은 한집에 살며 삼일 차이를 두고 아기를 낳았다. 그런데 한 밤중에 한 아기가 생모에게 깔려 죽고 말았다. 죽은 아기의 생모는 한밤중에 아기를 몰래 바꿔치기했다.

결국 두 여인은 살아 있는 아이가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싸우다가 솔로몬을 찾아갔다. “지혜로운 왕이시여, 제발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밝혀 주십시오!”라며 읍소를 하였다.

솔로몬은 고민을 한다. 목격자도 없고, 물증도 없다. 지금처럼 유전자 감식을 할 수도 없는 시대이니 얼마나 고민이 되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솔로몬은 한참을 고심하다가 부하에게 칼을 가져오라고 한다. 그리고 명령했다. “나 역시 누가 아이의 진짜 엄마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좋은 방법이 하나가 있다. 그 아이를 둘로 갈라 나누어 가져라!”

그러자 한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폐하, 사실은 제가 저 아이의 어머니가 아니옵니다. 아이가 너무 예쁜 나머지 제가 그만 순간적으로 아이를 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내 아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오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아이는 저 여인에게 돌려주시옵소서.” 여자의 말을 들은 솔로몬은 아이를 포기하겠다는 여자가 진짜 아이의 엄마라고 판결을 내렸다.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아이를 포기한 엄마를 진짜 엄마로 판단한 것이다.

이상은 성경에 기록된 소위 “솔로몬의 지혜”로 알려진 재판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우리는 흔히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이 솔로몬의 지혜를 인용하곤 한다. 사실 참 단순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지만, 그래도 이런 재판이 통하는 세상이라면 그래도 사람 살만한 세상일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솔로몬의 지혜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최소한 솔로몬의 지혜로운 재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짜 엄마가 있어야 하는데 가짜 엄마들만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선 솔로몬의 지혜로운 재판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때 솔로몬의 재판은 가능한 것이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어쩔 수 없이 양보하는 사람이 있을 때 솔로몬의 지혜가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엔 그런 사람 찾아보기 어렵다. 차라리 못 먹는 밥에 침 뱉고 마는 심보로 아이를 둘로 나눠 갖자는 막가파들이 득실대는 세상에서 솔로몬의 지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오늘날의 솔로몬은 고민이 깊다.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은 돈과 명예와 권력이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싸움으로 잠잠할 날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전투구를 하면서 아예 노골적으로 아이를 쪼개자고 대드는 판이니 솔로몬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기를 쪼개서라도 내 것을 챙기겠다는 가짜 어머니들, 곧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내 권리를 사수하고 말겠다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한, 솔로몬의 지혜로운 재판은 도리어 우스꽝스런 코미디가 되고 만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사람 살만한 세상이 되려면 솔로몬의 지혜가 통해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하니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솔로몬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이성록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