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국 타이위안의 한류 그리고 김치

중국 타이위안의 한류 그리고 김치

by 운영자 2012.07.24

중국 베이징 옆에 위치한 산시(山西)성.

이곳의 중심도시인 타이위안(太原)은 아직 우리에겐 생소한 지역이지만 복숭아와 흑초가 유명하다. 한국행 직항 비행기가 없어서 베이징을 경유해야 서울로 갈 수 있었지만 금년 6월부터 직항으로 전세기가 취항하여 한국과 부쩍 가까워 진 느낌이다.

아직은 한국과의 교류가 적다보니 시내를 가도 한국식당을 찾아 보기가 어렵고 이곳에 사는 한국사람도 소수이다. 중국의 다른 성(省)과 비교하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우리와 물적 인적 교류도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다. 그러다보니 관광지에 있는 호텔의 뷔페식당도 한국관광객을 위해 흔하게 나오는 김치가 보이지 않는다.

“뭐하는 사람들이길래 이렇게 많이들 타이위안을 찾았을까” 타이위안 국제공항에서 만난 김승균씨는 비행기 안에서 줄 곳 궁금했다고 말한다. 그는 업무로 4년간 이 곳에 살면서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찾은 모습은 처음 본단다. 항공기의 직항 연결을 계기로 앞으로 다른 도시들처럼 다 방면에서 한국과의 연계가 많은 발전이 있을 걸로 기대되는 산시성이다.

타이위안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면산(面山). 이곳은 2천 미터 고산의 절벽에 세워진 사원과 호텔들로 마치 하늘도시를 거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면산 인근의 제슈(介休)시의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차오유(喬瑜)군이 필자를 보고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건넨다. 멋진 카우보이모자와 중절모를 다 같이 쓰고 멋을 낸 6명의 친구들도 같이 사진찍자며 손짓한다. 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인데 한국 인사말을 알고 처음 만난 한국인을 반갑게 맞이하는 중국청년들을 보니 한류가 여기에 먼저 도착해 있나 보다.

산시성중의학원(우리의 한의과대학에 해당)을 방문했더니 매점에서 직원들이 김태희와 송승헌이 나오는 ‘마이 프린세스’ DVD를 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화면에 머리를 대고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

한국말로 떠드는 우리 학생일행이 들어서니 중국말로 뭐라 얘기한다.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한국 사람을 만나니 신기한 모양이다. 대학의 체육관에는 우리의 태권도 행사 일정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타이위안 시내에는 신장개업한 듯 산뜻하게 장식한 한국 불고기 식당이 한복을 입은 여종업원을 내세워 손님을 맞고 있고 1, 2층 창가는 손님들로 꽉 차 있다.

이렇듯 이제 막 고고성을 울리는 산시성 타이위안의 한류가 눈에 보인다.

몇 년간 외국으로 진출한 한국김치문화의 현황과 글로벌 마케팅에 대한 조사, 연구와 더불어 자료 수집 작업을 해 온 필자는 이곳에서도 과연 김치가 있을까 궁금증을 가지며 슈퍼마켓을 찾았다.

멀게 느껴진 이곳 역시 우리 김치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한국의 유명 브랜드 제품의 맛김치, 포기김치, 총각김치 그리고 볶음김치가 우리글과 중국어 이름으로 쓰여진 채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절임식품 코너에도 자차이(搾菜), 센차이(咸菜) 같은 중국절임식품과 함께 항아리 속에 담가놓은 김치류가 보인다.

타이위안 인근의 핑야오(平?)고성(古城)에서 만난 중국 여성도 김치를 먹어본 적이 있다며 맵지 않느냐는 질문에 “맛있다”고 활짝 웃어준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은 한국을 찾는 중국관광객들이 앞부분의 좌석을 거의 다 차지했다.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고 문화적으로 유사성이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교류확대는 필연적이고 이미 성숙기로 진입하였다.

하지만 산시성 이곳은 한국과의 연계성에 있어서 아직 미답지라고 예상하였는데, 감개무량하다. 주민들이 한국의 김치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면서 산시성 도서관에 필자의 김치책 3권을 기증하고 돌아왔다.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교수
순천대 김치연구소장
박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