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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 여행

가장 긴 여행

by 운영자 2012.08.01

여러분이 경험한 가장 긴 여행은 어떤 여행인지요?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집을 나섰던, 혹은 가장 먼 길을 다녔다고 생각되는 여행은 어떤 여행인지요?

인생이 나그네 길이라 한다면, 시간이나 거리의 문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가장 힘들거나 멀리 왔다고 여겨지는 여행도 따로 있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여러 해 전 독일에 살 때 가족들과 로마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자동차를 운전하여 길을 나섰습니다. 비행기 삯을 줄이려는 마음도 있었거니와, 오가는 길을 즐기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둘러보는 로마의 모습은 남달랐습니다. 구석구석 옛 시간이 멈춰선 듯한 길을 걸으며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로마 시대로 돌아간 듯한 정취도 있었지만, 언젠가 먼 훗날 가족들이 모이면 함께 둘러본 로마 이야기를 하게 될 터, 그러면 가족들은 다시 한 번 시간 여행을 하게 되겠지요.

로마에서 만난 친구 목사에게서 들은 재미난 이야기도 있습니다. 로마에 참새가 얼마나 많은지 나무 아래 차를 세워두면, 자기 차를 못 찾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검정색 차를 하얀색 차로 바꿀 만큼 잠깐 사이에 새가 똥을 쌀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얼마나 참새가 많으면 그 정도일까 생각하고 있을 때 친구가 물었습니다. 로마에서 참새를 위해 세운 일 년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아냐고요.

이런! 새들을 위한 예산이 있다니 별난 도시가 다 있다 싶었을 뿐 예산의 규모는 도저히 짐작이 되질 않았는데, 친구의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한 푼도 세우지 않는다 했으니까요. 로마의 참새 이야기는 유쾌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로 지금껏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스위스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 일정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폭우가 쏟아지는데, 국경지대라 그런지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위험해 보이는 절벽 길을 반복해서 일러줄 뿐이었으니까요.

밤은 깊었고 폭우는 쏟아지고, 할 수 없이 어느 숙소라도 들어가 잠을 청해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종일 운전을 하여 피곤한 상태였지만, 그냥 집이 있는 프랑크푸르트까지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잠만 자고 아침에 떠날 길, 밤을 달려 돌아오기로 한 것이지요. 서너 번 길가에 차를 세우고 잠깐씩 눈을 붙이긴 했지만, 밤새 달려 다음날 아침 집에 도착할 수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꼬박 하루를 달려온 셈이더군요. 아마도 제가 경험한 가장 먼 여행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가장 긴 여행에 대한 의미 있는 표현이 있습니다. 진실한 친구를 찾아 떠나는 사람이 가장 긴 여행을 한다는 것입니다. 진실한 친구를 만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겠지요.

진실한 친구를 원하는 이들은 많지만 가장 먼 길을 걸어야만 만나게 되기에 중간에 포기하는 이들이 많고, 그러기에 진실한 친구를 만나는 지복은 아무나 누리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아담스는 친구를 두고 “일생동안 친구 하나면 족하다. 둘은 많고 셋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고,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납니다. 내 삶에 가장 진실한 친구를 생각하는, 혹은 만나는 여행이 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