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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부영양화

호수의 부영양화

by 운영자 2012.08.06

물감을 풀어 놓은 듯이 파랗게 변한 호수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녹조라고 하며 부영양화가 심화되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람도 영양성분의 섭취량에 따라 비만정도가 결정되듯이 호수도 마찬가지다. 호수 내에 식물성플랑크톤의 영양물질이 되는 질소와 인이 풍부한 상태를 부영양화라고 하며 반대인 경우를 빈영양화라고 한다. 식물성플랑크톤도 넓은 범주에서 식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질소와 인이 필수 영양성분이 되는 것이다.

호수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빈영양호→중영양호→부영양호→저층습지→초원→산림의 순서로 천이된다. 호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식물성플랑크톤의 군집변화로 수심이 낮은 습지로 변하고 종국에는 늪을 거쳐 숲으로 바뀌는 것이다.

영양염류는 농경지에 사용하는 비료와 축산분뇨, 합성세제, 가정하수와 공장폐수 등에도 들어있기 때문에 호수 주변에 인간활동이 활발하면 자연 상태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부영양화가 진행된다.

이 현상을 자연요인에 의한 부영양화와 구별하여 인위적 부영양화라고 부른다. 인위적 부영양화는 대단히 짧은 시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호수에 오염물질 유입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댐주변에 하수관거를 정비하고 하수처리장을 설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영양화 현상이 심화되면 과밀 성장한 식물성플랑크톤이 일시에 호수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부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중의 산소가 소비되므로 물고기가 죽고 악취가 발생하며 투명도가 저하되어 결국 수중 생태계가 파괴된다. 작년 겨울에 서울 및 경기지역 수돗물에서 악취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그 원인은 수도권의 상수원인 소양강댐에 부영양화로 악취가 발생하여 수돗물에 까지 영향을 준 탓이다. 소양강댐 뿐 만아니라 대청댐, 충주댐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댐이 부영양화에 시달리고 있다.

다행히 주암댐은 부영양화가 심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년 남해안 바다에서 발생하는 적조현상도 부영양화 현상과 유사하다. 육상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영양염류의 양이 필요이상으로 유입되어 식물성플랑크톤이 과밀 성장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해수중의 산소가 고갈되고 독성물질이 발생하여 양식장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식물성플랑크톤이 적기 때문에 물고기가 적다. 채근담(홍자성의 어록)의 명언인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라는 명언이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호수에서 영양성분이 적당하면 식물성플랑크톤도 적당히 번식한다. 그러면 물고기도 적당히 번식하고 수질에도 큰 영향이 없다. 반면에 부영양화가 심화되면 식물성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하므로 물고기가 대량으로 번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산소고갈 등으로 물이 썩고 물고기가 일시에 폐사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물질이 너무 적으면 생활이 궁핍하다. 반대로 지나치게 풍요하면 생활의 편리함은 있지만 향락문화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져 정신세계가 피폐해지고 사회질서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무엇이든지 적당하면 좋은 것 같다.

윤한음
순천대 생물학과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