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들에게도 응원을!
뭉치들에게도 응원을!
by 운영자 2012.08.13
자전거를 무척 즐기는 필자는, 최근 학교폭력, 교권침해 그리고 밝히기 곤란한 잘못을 저지르고 처벌받은 중학생 아이들과 주말마다 자전거를 함께 타고 있다.
처음엔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고 “짱‘이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사고뭉치들답게 모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었다. 명색이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다가서기 어려웠다. 그러나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마음을 열고 있기에 이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소위 “삥 뜯기”를 하여 결국 대안교육센터에 위탁된 중학생 영희(가명). 처음 자전거 타던 날, 연신 화장을 고치며 까칠하게 굴던 녀석이 소식이 끊겼다가 다시 나타났다. 아빠에게 또 맞았다고 울먹인다.
모처럼 수박을 사들고 온 아빠에게 “아빠 수박 존 나게 커요!”라고 반겼다가 “존 나게 얻어맞았다”는 것이다. 제 깐에는 아빠와 잘 지내고 싶어 한마디 한 것이 화근이 된 모양이다. 사실 이 녀석과 이야기하노라면 그 고운 입에서 듣기 민망한 욕설이 쉴 새 없이 뒤섞여 나온다.
그러나 사실 영희는 참 재치 있고 싹싹한 아이다. 어느 날 이 녀석이 불쑥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영희가 “아빠는 하루에 담배 몇 갑피우세요?”라고 묻는다.
“그럼 넌 얼마나 피우니?”라고 되물었더니 “전엔 두 갑 넘게 피웠는데 이제 확 줄일 거예요. 아빠도 담배 끊으세요!”라고 한다. 녀석이 어찌 내게 이런 말을 할까? 순간 마음이 뭉클해진다.
선생님을 때려 징계를 받고 대안교육센터에 위탁된 철수(가명)는 중학생답잖게 덩치가 우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다. 처음 만났을 땐 문신까지 한 이 아이가 무척 거칠어 보였으나 점차 친해지고 보니 덩치에 어울리잖게 애교가 많은 친구였다.
휴식시간에 이 녀석이 슬그머니 다가와 내 가슴을 만지며 “아빠 가슴 존 나게 커요”라고 말하더니 영희처럼, 그러나 수줍은 듯이 아빠라 부르기 시작한다.
자전거 탈 땐 인솔하는 선생님을 추월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줬지만, 힘이 넘치는 이 녀석은 늘 대열을 이탈해 마구 달렸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엔 녀석이 내 뒤를 바짝 따라 붙으며 “선생님 빨리 가요!” “아빠 빨리 달려요!” 성가시게 재촉하면서도 결코 추월하지는 않았다. 이 녀석 오늘 어쩐 일이지? 그래 철수가 달라졌어요! 가슴이 짠해 온다.
그렇다.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다만 어려서부터 자신도 모르게 폭력을 학습하였고, 에너지는 넘치는데 마음에 상처가 깊어 폭력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랑받고 치료받아야 할 아이들이다. 물론 기적처럼 일거에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약할지라도 변화될 것이다.
이제 아이들이 변화를 결심하고 4대강 자전거길 600km 국토종주를 시작한다. 아마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우리 일행은 한강유역을 지나 낙동강 유역 자전거 길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사고뭉치가 아니라 사랑뭉치가 되어 돌아오도록 우리 뭉치들을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이성록 <박사>
처음엔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고 “짱‘이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사고뭉치들답게 모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었다. 명색이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다가서기 어려웠다. 그러나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마음을 열고 있기에 이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소위 “삥 뜯기”를 하여 결국 대안교육센터에 위탁된 중학생 영희(가명). 처음 자전거 타던 날, 연신 화장을 고치며 까칠하게 굴던 녀석이 소식이 끊겼다가 다시 나타났다. 아빠에게 또 맞았다고 울먹인다.
모처럼 수박을 사들고 온 아빠에게 “아빠 수박 존 나게 커요!”라고 반겼다가 “존 나게 얻어맞았다”는 것이다. 제 깐에는 아빠와 잘 지내고 싶어 한마디 한 것이 화근이 된 모양이다. 사실 이 녀석과 이야기하노라면 그 고운 입에서 듣기 민망한 욕설이 쉴 새 없이 뒤섞여 나온다.
그러나 사실 영희는 참 재치 있고 싹싹한 아이다. 어느 날 이 녀석이 불쑥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영희가 “아빠는 하루에 담배 몇 갑피우세요?”라고 묻는다.
“그럼 넌 얼마나 피우니?”라고 되물었더니 “전엔 두 갑 넘게 피웠는데 이제 확 줄일 거예요. 아빠도 담배 끊으세요!”라고 한다. 녀석이 어찌 내게 이런 말을 할까? 순간 마음이 뭉클해진다.
선생님을 때려 징계를 받고 대안교육센터에 위탁된 철수(가명)는 중학생답잖게 덩치가 우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다. 처음 만났을 땐 문신까지 한 이 아이가 무척 거칠어 보였으나 점차 친해지고 보니 덩치에 어울리잖게 애교가 많은 친구였다.
휴식시간에 이 녀석이 슬그머니 다가와 내 가슴을 만지며 “아빠 가슴 존 나게 커요”라고 말하더니 영희처럼, 그러나 수줍은 듯이 아빠라 부르기 시작한다.
자전거 탈 땐 인솔하는 선생님을 추월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줬지만, 힘이 넘치는 이 녀석은 늘 대열을 이탈해 마구 달렸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엔 녀석이 내 뒤를 바짝 따라 붙으며 “선생님 빨리 가요!” “아빠 빨리 달려요!” 성가시게 재촉하면서도 결코 추월하지는 않았다. 이 녀석 오늘 어쩐 일이지? 그래 철수가 달라졌어요! 가슴이 짠해 온다.
그렇다.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다만 어려서부터 자신도 모르게 폭력을 학습하였고, 에너지는 넘치는데 마음에 상처가 깊어 폭력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랑받고 치료받아야 할 아이들이다. 물론 기적처럼 일거에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약할지라도 변화될 것이다.
이제 아이들이 변화를 결심하고 4대강 자전거길 600km 국토종주를 시작한다. 아마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우리 일행은 한강유역을 지나 낙동강 유역 자전거 길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사고뭉치가 아니라 사랑뭉치가 되어 돌아오도록 우리 뭉치들을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이성록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