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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심리 훔친 ‘도둑들’

대중심리 훔친 ‘도둑들’

by 운영자 2012.08.24

한국 영화사상 여섯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접 한 뒤에야 ‘도둑들’을 만나러 조조할인 시간대에 극장을 찾았다. ‘도둑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도둑들을 총지휘하는 ‘마카오 박’의 김윤석, 병따개를 따듯 금고를 잘 따는 ‘팹시’역의 김혜수, 범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예”하고 달려가는 줄타기 명수 ‘예니 콜’의 전지현, 줄타기를 도우며 ‘예니 콜’을 사랑하는 순정파 도둑 ‘잠파노’의 김수현, 와이어 전문가 ‘뽀빠이’ 이정재, 나이 들어서도 하던 도둑질 못 버리는 생계형 도둑 ‘씹던 껌’ 김해숙, 소심한 총잡이 ‘앤드류’ 오달수가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뭉쳐 마카오로 떠난다.

한국의 도둑들과 호흡을 맞추는 중국 도둑들의 면면도 만만찮다. ‘디아이’의 여주인공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신제가 중국의 금고털이로 가담하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배우 증지위의 아들이자 감독으로도 활약 중인 증국상이 총잡이로 가세하여 흥미를 더한다.

톡톡 튀는 캐릭터에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10인의 톱스타들이 펼치는 개성 있는 연기와 유머가 어우러져 가볍고 유쾌하다.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는 연출도 돋보인다.

끝까지 똘똘 뭉치는 할리우드의 범죄영화와는 달리 서로를 속이고 속이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진짜, 도둑들하고 일하려니 불안∼ 불안∼하다”는 대사도 감칠맛을 낸다. ‘도둑들’은 폭염에 지치고 경제 불황으로 팍팍해진 대중들에게 철저한 오락성으로 승부수를 띄운 게 성공요인이다.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관객들의 취향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한 점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이 전 영화와의 차별화다. 지진과 해일을 다룬 ‘해운대’, 환경과 반미 문제를 녹여낸 ‘괴물’, 북파 공작원을 조명한 ‘실미도’ 권력을 풍자한 ‘왕의 남자 등 사회적 이슈를 부각시켰던 것과는 달리 오로지 영화적 재미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도둑들’뿐만 아니라 올 여름 오락영화에 관객이 30%나 늘고,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세계가 열광하는 것도 복잡한 것 보다 단순하게 즐기려는 대중 취향의 변화다

휴가철과 맞물려 개봉한 ‘도둑들’은 홍콩, 마카오, 서울, 부산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시들을 오가는 대규모 로케이션을 통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 점도 눈요기 거리로는 그만이다. 주 무대인 카지노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형 카지노 리조트인 마카오의 ‘시티 오브 드림즈(City of Dreams)’로 몇 해 전 들렀던 곳이라서 인상에 남는다.

실제 카지노 객장과 하드락 호텔, 크라운 타워, 쇼핑몰 등의 장소에서 촬영되어 리얼리티가 살아난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시원한 극장에서 이웃나라를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도심 한복판을 무대로 펼친 리얼한 액션도 스릴 넘친다. 고층 빌딩에서 온 몸을 내던지는 전지현의 아찔한 와이어 액션, 쏟아지는 총알 세례 속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에어컨 실외기와 창문의 차양, 건물을 휘감은 전기 줄에 몸을 의지한 채 펼치는 김윤석의 고공 와이어 액션은 게임을 보듯 짜릿하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