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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회 탈진 증후군

경쟁사회 탈진 증후군

by 운영자 2012.08.27

경쟁사회 탈진증후군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교와 경쟁, 우정대신 괴롭힘 속에서 스스로를 구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세상을 등지거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타자를 해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묻지 마 범죄’ 소식과 함께 인문학 교수가 졸업생 취업률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참담한 심정 금할 길 없다.

경쟁사회 탈진 증후군이 심각한 상태이다. 가난했던 시절을 벗어나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지만 여전히 벼랑 끝에 서서 절망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경쟁력이 약한 사람을 매몰차게 따돌리고 상처를 주는 일상 속에서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은둔형의 외톨이들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소외와 분노를 참지 못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마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불안해진 사람들은 “은둔형 외톨이”의 개인적 특성 진단과 이에 따른 범죄 심리학자들의 처방에 귀를 기우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묻지 마 범죄’가 단순히 개인적인 불만과 분노가 폭발한 결과로만 보기 어렵다. 이들 사건은 경쟁에서 밀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이들이 ‘될 대로 돼라’ 식으로 저지른 자포자기형의 범죄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여의도에서 일어난 무차별 칼부림 사건의 범인은 전 직장에서 무능하다는 이유로 해고된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1호선 의정부역에서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8명에게 부상을 입힌 범인은 10년 동안 일정한 직업도 주거도 없이 마냥 떠돌았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거나 탈진된 낙오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터져 버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경쟁에서 밀려나 낙오된 젊은이들이 '사회적 외톨이'로 변해가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잠재적 시한폭탄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은 치안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문제는 경찰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범죄가 빈발한 것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즉 '묻지 마 범죄'는 개인의 정신적ㆍ성격적 장애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경쟁사회 탈진 증후군이라는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봐야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등의 여파로 양산된 사회적 외톨이(히키코모리)들의 '묻지 마 범죄'로 홍역을 치렀던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실태조사를 벌이고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 역시 치안대책만이 아니라 복지, 노동, 의료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쟁사회의 성공만능주의를 탈피하여 신뢰와 양보에 근거한 공동체의 덕목이 확산되도록 강구해야 한다.

경쟁력만이 덕목이 되는 정글과 같은 사회는 묻지마 유형의 범죄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낙오자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너그러운 사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경쟁사회 탈진 증후군으로부터 벗어나야 실패한 사람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도 안전할 수 있다.

이성록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