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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물센터서 버린 ‘구정물’

푸른물센터서 버린 ‘구정물’

by 운영자 2012.08.31

화도 푸른물센터는 남양주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시설물이다. 단순히 하수를 처리하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꽃동산과 야생화단지, 나무동산이 어우러진 친환경 체험학습장으로 연인원 19만 명이 찾는 명소다.

하수처리를 이용한 ‘피아노 폭포’는 올 봄에 새 단장하여 지난 여름 폭염과 열대야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 더위를 식혔다.

화도 처리장은 2008년 전국 815개 하수처리시설을 평가했던 ‘공공하수처리시설 운영관리 실태 평가’에서 3위로 우수처리시설 포상을 받았다. 국내외의 하수처리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환경담당 고위공무원 일행이 다녀가기도 했다.

또한 122억원 규모의 국책과제인 하수처리장 슬러지를 활용한 에너지 자립형 기술개발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하수처리 능력을 자랑하는 지자체다.

그런 지방정부가 1997년부터 고의적으로 하수를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에 매일 약 1만t을 버렸다고 하니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힌다.

한강유역환경청이 녹조현상 조사를 하다가 항공사진을 판독하면서 목현천 부근의 물 색깔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역 추적하여 밝혀졌다고 한다.

팔당호는 2500만 수도권 주민들이 마시는 물이다. 화도 하수종말처리장 안에 하수 무단 방류용으로 폭과 높이가 1.5m 되는 비밀 방류구를 만들어 놓고 팔당호로 이어지는 북한강 지천인 묵현천에 하수를 버린 것은 환경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

하수란 설거지물, 변기물, 공장 폐수 같은 것이 뒤섞인 오염된 물이다. 악덕기업주나 범죄 집단도 그런 물로 식수원을 더럽히는 일은 꺼릴 것이다.

환경 당국은 그동안 도대체 뭘 했고 시민을 속인 시설을 우수시설로 선정했었는지 궁금하다. 환경단체는 또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양주 시장은 북한강에 녹조가 발생하자 행정선을 타고 현장점검에 나서 축산분뇨 등 주변 오염에 대한 지도단속을 강하하라고 지시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오염행위는 시치미 뗀 것이 아닌가.

남양주시는 “무단 방류한 오수는 비밀 방류구가 아니라 ‘비상 방류구’로 흘려보낸 것이고 이는 1993년 환경부에 설계도면까지 보내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비상 방류구를 통해 오수를 흘려보내는 경우가 다른 지자체에서도 있고, 환경부도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도면을 인가해준 것은 맞지만 이는 집중호우 등으로 하수처리 용량을 넘는 오수가 들어오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해당된다”며 “일부 다른 지자체에도 비상 방류구가 있는데, 평상시에도 오수를 방류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은 남양주시가 유일하다"며 양 기관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한 결과는 정부의 감사 결과 밝혀지겠지만 그동안 오염된 물을 마신 수도권 시민들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