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의 하룻밤
캠핑장에서의 하룻밤
by 운영자 2012.09.03
모인 사람은 모두 스물세 명. 그중 여자가 열여덟 명, 나이는 30대부터 60대까지 골고루 섞여있었습니다. 사는 지역을 보니 서울이 가장 많았고 그밖에 부산, 대구, 하동, 대전, 천안이 각각 한두 명씩이었습니다.
오후 2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후 3시에 헤어졌으니 함께한 시간은 스물다섯 시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모두들 소풍가는 아이마냥 기대에 찬 모습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아이들만 가는 줄 알았던 캠핑장 텐트에서의 하룻밤이라니요.
첫 순서는 바비큐파티. 반으로 자른 드럼통에 숯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굽습니다. 인터넷 공부모임의 연합행사였는데, 그동안 인터넷 상에서 이름만 알고 지내다가 드디어 얼굴을 마주하게 된 사람들도 있고, 정기모임에서 얼굴을 익혀 이미 친한 친구가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돌아가며 인사를 하느라 바쁘고, 맞춤하게 익은 고기를 나눠먹느라 또 분주합니다. 먹고 놀기만 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니 공부를 시작합니다. 자신의 주먹을 석고로 만드는 신체 캐스트 프로그램을 두 시간 가량 진행하고, 이어서 연극놀이에 들어갑니다.
자기소개를 겸한 자리 바꾸기 놀이, 신문지를 방망이처럼 둥글게 말아서 손에 들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연상되는 물건을 몸으로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이 맞추는 활동 등등 실제 연극놀이 전문가인 회원의 지도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땀범벅에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집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랜턴을 켜놓았는데 밤이 깊어갈수록 불빛은 점점 밝아지고 표정들은 편안하고 느긋해 집니다.
프로그램을 마쳤으니 이제부터는 자유 시간. 마음 맞는 사람끼리 혹은 밀린 이야기를 하려고 벼르던 사람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리를 잡습니다.
한 팀은 텐트 안에서 다리를 펴거나 드러눕고, 한 팀은 바깥 그늘막 아래 테이블에 둘러앉습니다. 또 한 팀은 강가로 나갑니다. 중간 중간 다른 팀에 끼어들기도 하고, 또 다른 친구와 강가를 걷기도 합니다.
새벽녘에 쏟아지는 굵은 빗소리를 들으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언제 잠이 든 것일까요. 눈을 뜨니 빗소리는 그쳤고, 커다란 텐트 안 여기저기에 누운 회원들이 보입니다.
부수수한 머리에 몸은 고단하지만 기분만은 좋습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산책에 나섭니다. 시원한 아침 강가를 걸으며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에는 또 다른 새로움이 있습니다.
정말 얼마 만에 맛보는 여유 있는 아침인지 모르겠습니다. 뒷정리를 하고 짐을 챙겨 경복궁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또 비가 조금씩 내립니다.
발은 좀 축축하지만 아름다운 전각들이 빗속에서 더더욱 운치 있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인사동에서의 점심식사. 조미료를 쓰지 않은 순한 밥상을 마주하니 십년지기가 따로 없습니다. 살면서 마주칠 일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때로 이렇게 우리를 따뜻하게 이어줍니다.
유경 <작가>
오후 2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후 3시에 헤어졌으니 함께한 시간은 스물다섯 시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모두들 소풍가는 아이마냥 기대에 찬 모습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아이들만 가는 줄 알았던 캠핑장 텐트에서의 하룻밤이라니요.
첫 순서는 바비큐파티. 반으로 자른 드럼통에 숯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굽습니다. 인터넷 공부모임의 연합행사였는데, 그동안 인터넷 상에서 이름만 알고 지내다가 드디어 얼굴을 마주하게 된 사람들도 있고, 정기모임에서 얼굴을 익혀 이미 친한 친구가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돌아가며 인사를 하느라 바쁘고, 맞춤하게 익은 고기를 나눠먹느라 또 분주합니다. 먹고 놀기만 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니 공부를 시작합니다. 자신의 주먹을 석고로 만드는 신체 캐스트 프로그램을 두 시간 가량 진행하고, 이어서 연극놀이에 들어갑니다.
자기소개를 겸한 자리 바꾸기 놀이, 신문지를 방망이처럼 둥글게 말아서 손에 들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연상되는 물건을 몸으로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이 맞추는 활동 등등 실제 연극놀이 전문가인 회원의 지도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땀범벅에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집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랜턴을 켜놓았는데 밤이 깊어갈수록 불빛은 점점 밝아지고 표정들은 편안하고 느긋해 집니다.
프로그램을 마쳤으니 이제부터는 자유 시간. 마음 맞는 사람끼리 혹은 밀린 이야기를 하려고 벼르던 사람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리를 잡습니다.
한 팀은 텐트 안에서 다리를 펴거나 드러눕고, 한 팀은 바깥 그늘막 아래 테이블에 둘러앉습니다. 또 한 팀은 강가로 나갑니다. 중간 중간 다른 팀에 끼어들기도 하고, 또 다른 친구와 강가를 걷기도 합니다.
새벽녘에 쏟아지는 굵은 빗소리를 들으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언제 잠이 든 것일까요. 눈을 뜨니 빗소리는 그쳤고, 커다란 텐트 안 여기저기에 누운 회원들이 보입니다.
부수수한 머리에 몸은 고단하지만 기분만은 좋습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산책에 나섭니다. 시원한 아침 강가를 걸으며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에는 또 다른 새로움이 있습니다.
정말 얼마 만에 맛보는 여유 있는 아침인지 모르겠습니다. 뒷정리를 하고 짐을 챙겨 경복궁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또 비가 조금씩 내립니다.
발은 좀 축축하지만 아름다운 전각들이 빗속에서 더더욱 운치 있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인사동에서의 점심식사. 조미료를 쓰지 않은 순한 밥상을 마주하니 십년지기가 따로 없습니다. 살면서 마주칠 일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때로 이렇게 우리를 따뜻하게 이어줍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