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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의 변(辯)

투덜이의 변(辯)

by 운영자 2012.09.20

아내는 ‘신문 사절’이라고 써 붙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신문을 집어넣는 신문배달원을 붙잡고 무섭게 따집니다.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옆집 남자에게 잔소리를 해댑니다.

매사에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사사건건 따지고 드는 아내가 몹시 피곤해진 남편은 휴대전화에 아내 전화번호를 저장하면서 그 이름을 ‘투덜이’라고 해놓습니다. 얼마 전 본 영화 이야기입니다.

물론 영화의 큰 줄거리는 아니었지만, 아내는 너무 외로워서 그렇게 투덜대고 남편과 같이 있을 때면 쉴 새 없이 말을 했던 거라고 이해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됩니다.

저는 요즘 영화 속 주인공처럼 결코 외로워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투덜거릴 일이 계속 생겼습니다.

서울 마포에는 이름난 간장게장 전문점이 있는데, 한 사람 당 무조건 한 마리를 먹어야 하고 일인분 가격이 무려 3만원이 넘는데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곳입니다.

비싼 가격 탓에 식구들이 먹을 엄두는 차마 내보지 못했고, 감기 끝에 영 입맛이 없다고 하시는 어른께 사다드리려고 포장 주문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먹으면 상에 여러 가지 반찬이 나오고 밥도 한 공기씩 주는데, 포장의 경우는 아무 것도 없이 달랑 게 한 마리만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줍니다. 그래도 포장 가격 할인 같은 것은 아예 없습니다.

거기다가 식당에 앉아서 식사하는 손님들에게 내주는 근처 주차장 요금까지도 아까워하면서, 잠깐 주차했으니 천 원이면 될 거라고 그냥 내고 가지 그러냐며 퉁명스럽게 굽니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가 식탁에 앉지 않았으니 다른 손님이 자리를 이용할 수 있고, 밥이며 반찬이며 물까지 전혀 비용이 안 들었을 텐데도 깎아주기는커녕 주차비까지 차별이라니요. 일부 커피전문점의 테이크아웃 할인이 생각나 몹시 억울했지만, 소심한 저는 속으로만 투덜거리며 돌아왔습니다.

보름 전 쯤 고3 둘째아이 대학 수시입학원서 접수 때의 일입니다. 인터넷으로 접수를 한 후 증빙서류는 우편으로 보내거나 학교를 방문해 직접 제출해야 했습니다.

대부분 교문에서부터 눈에 띄게 서류제출 장소며 주차 안내문 등을 붙여놓은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응시료가 가장 비쌌던 그 학교는 아무런 안내 표시가 없었습니다.

교문을 통과하며 주차증 발급 직원에게 접수처를 물으니 그냥 길 따라 죽 가면 된다는 말 한 마디뿐이었습니다.

건물의 위치가 생소해 제법 오랜 시간을 헤맸습니다. 아무리 학생 선발권이 학교에 있고 아쉬운 쪽은 지원자라고 해도, 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응시한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작은 친절과 배려가 아쉬웠습니다.

안내문 몇 장 써 붙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비싼 응시료에는 편의제공을 위한 비용도 들어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저는 속으로만 투덜거렸습니다.

우리, 보통 사람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만 서로 상식을 가지고 대하면 좋지 않을까요. 그러면 투덜거릴 일도 줄어들 것이 분명합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