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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의 뒷모습

상품의 뒷모습

by 운영자 2012.10.23





유상철
고려대 경영학과 석사
농협중앙회 중앙연수원 교수
순천만 생태위원장

■ 입소문이라는 거울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상품을 만든다. 농민은 농산물을, 식당 주인은 밥상을, 민박집 주인은 잠자리를 만든다. 사무원은 문서를, 공무원은 시민에 대한 서비스를, 근로자는 노무를 만든다.

돈을 받은 대가로 내가 만들어 제공하는 그것이 바로 상품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생산하는 상품의 질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스스로는 잘 알고 있지만, 그 상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그 노력의 정도에 대해 잘 모를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상품을 적당히 얼렁뚱땅 만드는 사람이 생긴다.

그러나 상품에는 뒷모습이 있다. 단순히 물건에 불과한 상품이지만 그 뒷모습에는 만든 사람의 인격이 나타난다. 가령 내가 곶감을 만들어서 판다고 하자. 그러면 그 곶감의 뒷모습에는 나의 인격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순천의 얼굴까지도 나타난다.

그 뒷모습은 어떻게 나타날까? 입소문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나타난다. 그 상품을 사용한 사람이 퍼뜨리는 입소문이다. 데이브 볼터라는 사람이 내린 입소문의 정의를 살펴보자.

‘입소문이란 둘 이상의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해 실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가리킨다. 입소문(word of mouth)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미디어이다. 소문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 전도사(brand advocates)가 되어 파장을 만든다.

입소문은 제품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마케터, CEO, 창업가들이 꿈꾸는 성배(聖杯, holy grail)와 같은 것이다. 입소문이 성공적으로 퍼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직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 순천에 가서 사면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구입하는데 가장 중요한 선택 요소로 상품의 질을 꼽는다고 한다. 그 다음이 가격이나 원산지, 브랜드 이미지 등이라고 한다. 특히 식품의 경우에는 그 질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상품의 질은 어떻게 해야 좋아지는 것일까? 규모가 큰 제조회사라면 제품설계, 기계설비, 공정관리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소규모 지역특산품이나 식당, 숙박업소의 서비스 수준이라면 당연히 주인의 인격에 좌우되게 마련이다.

한 번 팔아서 돈을 챙기면 그만이라는 맞보기식 인격이라면 당연히 좋은 질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직하고 양심적인 인격이라면 앞과 뒤가 똑같은 품질을 기대할 수가 있을 것이다.

어떤 신제품이 기존 시장에 들어가려면 어려가지 가입 장벽이 있어서 시장개척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제 가격을 받기도 힘들다.

그런데 2013년 순천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거기에는 기존 시장이 가지고 있는 가입 장벽이 없다. 정원박람회에 수백만 명의 방문객들이 먹거리를 찾고, 숙박업소를 찾고, 특산품을 찾을 것이다. 새로운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지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우리가 미리 예측하고 있어야 한다.

순천에서 상품을 파는 대부분 사람들이 날림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순천 상품의 질이 형편이 없다. 순천에서 돈을 써서는 안 된다”는 입소문이 형성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원박람회에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순천에서 상품을 파는 대부분 사람들이 정직하고 양심적이어서 상품을 사용해본 관람객이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순천에 가서 돈을 쓰면 틀림없어!”라는 입소문이 형성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순천에 대규모 공장 몇 개를 짓는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것이다. 경제는 의식이 좌우한다.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해 순천시민이 개인적으로 대응을 해서는 이와 같은 좋은 반응을 얻어내기가 어렵다.
순천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인 이 박람회에 대해 순천시민이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