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송년모임의 드레스 코드를 공개합니다!
올 송년모임의 드레스 코드를 공개합니다!
by 운영자 2012.12.03
처음 시작은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13년 동안 빠짐없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노인복지 관련 공부를 하는 모임이 있는데, 12월은 특별히 송년모임으로 조촐하게나마 개근상 시상도 하고 선물교환도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해왔습니다.
게임이나 장기자랑 같은 것으로 특별하게 보내진 않더라도 맨숭맨숭한 것은 좀 면해 보려고 시작한 것이 바로 ‘드레스 코드’입니다. 송년모임에 갖추고 와야 할 공통적인 차림새나 색깔을 정하는 것이지요.
첫 해에는 크리스마스도 코앞이고 해서 빨간색으로 정했습니다. 모두 다 응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각자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옷을 입거나 장식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빨간 카디건과 빨간 목도리가 가장 많았고 빨간 귀걸이와 빨간색 매니큐어로 멋을 낸 여성회원도 있었습니다. 그날의 베스트 드레서는 만장일치로 뜨거운 박수를 받은 빨간 나비넥타이의 70대 남자 회원이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똑같은 색깔로 꾸미고 한 장소에 모이니 재미있었던지, 다음 해 11월이 되니 송년모임 드레스코드를 궁금해 하며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빨간색에 이어 황금색 또는 노란색, 줄무늬, 동물 등을 드레스 코드로 정했는데, 특히 동물이었을 때는 다 큰 어른들이 토끼 귀나 사슴뿔 모양의 머리띠, 곰돌이 모자,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 등으로 꾸미고 와서는 서로 귀엽다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신기한 것은 드레스 코드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벌칙이나 벌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신경을 써서 맞추게 된다는 겁니다. 저 역시 일부러 새 옷이나 소품을 구입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최대한 맞는 것으로 고르곤 하는데, 고민이긴 하지만 별로 부담스럽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꾸미고 올지 기대하게 됩니다.
몇 달에 한 번씩 누군가 문자를 보내면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초저녁 생맥주집에 후다닥 모였다 헤어지곤 하는, 아이들 표현대로 번개 좋아하는 아줌마들 모임에서도 올 송년모임에 드레스 코드를 정해 기분을 좀 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줌마들의 특징은 깜짝쇼로 드레스 코드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빨간색 옷이 있는지 파란색 옷이 있는지 노란색 옷이 있는지 일일이 물어본 후 공통분모가 되는 색깔로 정했다는 겁니다.
억지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통하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똑같이 맞춰 일체감을 느껴본다는 것에 살짝 기분들이 좋아지면서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덕분에 그날 옆자리의 손님들은 조금 시끄러웠을 겁니다.
이제 2012년의 마지막 달에 접어들었습니다. 연말을 흥청망청 보낼 돈도 여유도 없지만, 그래도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서로서로를 칭찬하며 잠시 행복을 나눌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앞에 말한 모임의 올 송년 드레스 코드는 반짝반짝 ‘별’입니다.
유경작가
게임이나 장기자랑 같은 것으로 특별하게 보내진 않더라도 맨숭맨숭한 것은 좀 면해 보려고 시작한 것이 바로 ‘드레스 코드’입니다. 송년모임에 갖추고 와야 할 공통적인 차림새나 색깔을 정하는 것이지요.
첫 해에는 크리스마스도 코앞이고 해서 빨간색으로 정했습니다. 모두 다 응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각자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옷을 입거나 장식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빨간 카디건과 빨간 목도리가 가장 많았고 빨간 귀걸이와 빨간색 매니큐어로 멋을 낸 여성회원도 있었습니다. 그날의 베스트 드레서는 만장일치로 뜨거운 박수를 받은 빨간 나비넥타이의 70대 남자 회원이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똑같은 색깔로 꾸미고 한 장소에 모이니 재미있었던지, 다음 해 11월이 되니 송년모임 드레스코드를 궁금해 하며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빨간색에 이어 황금색 또는 노란색, 줄무늬, 동물 등을 드레스 코드로 정했는데, 특히 동물이었을 때는 다 큰 어른들이 토끼 귀나 사슴뿔 모양의 머리띠, 곰돌이 모자,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 등으로 꾸미고 와서는 서로 귀엽다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신기한 것은 드레스 코드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벌칙이나 벌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신경을 써서 맞추게 된다는 겁니다. 저 역시 일부러 새 옷이나 소품을 구입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최대한 맞는 것으로 고르곤 하는데, 고민이긴 하지만 별로 부담스럽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꾸미고 올지 기대하게 됩니다.
몇 달에 한 번씩 누군가 문자를 보내면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초저녁 생맥주집에 후다닥 모였다 헤어지곤 하는, 아이들 표현대로 번개 좋아하는 아줌마들 모임에서도 올 송년모임에 드레스 코드를 정해 기분을 좀 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줌마들의 특징은 깜짝쇼로 드레스 코드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빨간색 옷이 있는지 파란색 옷이 있는지 노란색 옷이 있는지 일일이 물어본 후 공통분모가 되는 색깔로 정했다는 겁니다.
억지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통하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똑같이 맞춰 일체감을 느껴본다는 것에 살짝 기분들이 좋아지면서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덕분에 그날 옆자리의 손님들은 조금 시끄러웠을 겁니다.
이제 2012년의 마지막 달에 접어들었습니다. 연말을 흥청망청 보낼 돈도 여유도 없지만, 그래도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서로서로를 칭찬하며 잠시 행복을 나눌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앞에 말한 모임의 올 송년 드레스 코드는 반짝반짝 ‘별’입니다.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