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전거 타는 보행자!
나는 자전거 타는 보행자!
by 운영자 2012.12.20
해가 기울기를 기다려 머리에는 헬멧을 쓰고 손에는 장갑을 끼고 아파트 공동현관 출입구 옆에 있는 보관대로 갑니다. 얼마 전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이틀 만에 제 발로 돌아온 낡은 자전거를 풀어내 끌고 한강공원을 향해 출발합니다.
한강공원을 향해 지천인 홍제천을 따라 달립니다. 자전거를 탄지는 제법 오래 됐지만 실력은 초보를 겨우 면한 수준이니 넘어질까 무서워 가슴이 두방망이질 칩니다.
그래도 뺨에 닿는 바람만은 시원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집니다. 매일 자전거를 타면서 조금씩 반경을 넓히다 보니 잘 닦여있는 강변의 자전거길을 따라 그 아래를 지나가게 되는 한강 다리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역시 문제는 안전입니다. 보행로와 자전거길이 나란히 조성돼 있어 서로 스치며 지날 수밖에 없습니다. 보행로를 벗어나 자전거길로 걷는 사람들을 피하는 일이 저 같은 실력으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창 걷기 운동을 할 때는 보행로를 침범해 무서운 속도로 쌩쌩 지나쳐가는 자전거에 공포를 느꼈는데, 이제는 제가 자전거에 올라탔다고 보행로를 벗어난 사람들을 자꾸 탓하게 되는 겁니다.
이래서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본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는 건가 봅니다. 자전거는 보행자를 탓하고 보행자는 자전거를 원망하곤 하는데, 제가 나름 세운 기준은 명확합니다.
약자 우선! 사람과 자전거가 마주쳤을 때 단단한 쇠로 만든데다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요소를 훨씬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
서로 조심하는 것이야 물론 꼭 필요한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약한 쪽이 먼저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얼마 전 발표된 음주운전 하지 않기, 안전모 착용, 휴대전화 사용 금지, 야간에 라이트 켜기, 안전속도 준수하기라는 ‘자전거 운전자 5대 수칙’이 아니더라도 저는 자전거 운전자에 앞서 기본적으로 보행자입니다.
아니, 저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24시간 365일 자전거만 타고 다닐 수는 없으니 결국 모두가 보행자입니다. 삼복더위를 이길 시원한 바람 속에서 모두가 행복한 마음으로 걷고 안전하게 자전거 타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유경작가>
한강공원을 향해 지천인 홍제천을 따라 달립니다. 자전거를 탄지는 제법 오래 됐지만 실력은 초보를 겨우 면한 수준이니 넘어질까 무서워 가슴이 두방망이질 칩니다.
그래도 뺨에 닿는 바람만은 시원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집니다. 매일 자전거를 타면서 조금씩 반경을 넓히다 보니 잘 닦여있는 강변의 자전거길을 따라 그 아래를 지나가게 되는 한강 다리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역시 문제는 안전입니다. 보행로와 자전거길이 나란히 조성돼 있어 서로 스치며 지날 수밖에 없습니다. 보행로를 벗어나 자전거길로 걷는 사람들을 피하는 일이 저 같은 실력으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창 걷기 운동을 할 때는 보행로를 침범해 무서운 속도로 쌩쌩 지나쳐가는 자전거에 공포를 느꼈는데, 이제는 제가 자전거에 올라탔다고 보행로를 벗어난 사람들을 자꾸 탓하게 되는 겁니다.
이래서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본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는 건가 봅니다. 자전거는 보행자를 탓하고 보행자는 자전거를 원망하곤 하는데, 제가 나름 세운 기준은 명확합니다.
약자 우선! 사람과 자전거가 마주쳤을 때 단단한 쇠로 만든데다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요소를 훨씬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
서로 조심하는 것이야 물론 꼭 필요한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약한 쪽이 먼저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얼마 전 발표된 음주운전 하지 않기, 안전모 착용, 휴대전화 사용 금지, 야간에 라이트 켜기, 안전속도 준수하기라는 ‘자전거 운전자 5대 수칙’이 아니더라도 저는 자전거 운전자에 앞서 기본적으로 보행자입니다.
아니, 저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24시간 365일 자전거만 타고 다닐 수는 없으니 결국 모두가 보행자입니다. 삼복더위를 이길 시원한 바람 속에서 모두가 행복한 마음으로 걷고 안전하게 자전거 타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