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하는 예의
새롭게 시작하는 예의
by 운영자 2012.12.31
먼저 이부자리부터 털고 새 홑청으로 바꿉니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이번에는 책 정리에 나섭니다.
미처 읽지도 못한 채 자꾸만 새 책을 집안에 들여놓으니 어디에 무슨 책이 꽂혀있는지 찾지 못해 같은 책을 두 번 사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공간이 변함없이 그대로이니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분류 정리라도 하면 좀 나을까 싶어 손을 대봅니다.
책이 대강 정리되면 물건이 뒤죽박죽 널려있는 제 책상을 치울 생각입니다. 너무 지저분해서 손님은 차치하고라도 식구들에게도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이렇게 저는 오늘 대청소까지는 아니고, 자잘한 청소와 정리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연말과 연시는 표현만 그렇지 바로 어제와 오늘 또 오늘과 내일로 이어지니 바꾸어 말하면 청소와 정리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주에는 매달 한 번씩 만나 공부하는 모임의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차례로 돌아가며 2013년 새해 소망을 나눴는데, 제각각 바라는 것들이 다 다른 것 같아도 모아보니 결국 다 통해 있었습니다.
“8년째 병석에 계신 어머니의 건강,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적응, 새로운 직장 구하기, 부족한 공부 보충하기, 가족의 화목과 우애, 운동이나 취미생활 도전, 여행, 신나게 일하기” 그러다가 마지막 순서인 한 회원이 소원을 말하는데 한 마디로 빵 터졌습니다.
“돈벼락 맞기! 돈방석에 앉기!” 20년 넘게 부부 사회복지사로 살아오면서 양로원과 요양원에서 어르신들 섬기고 남매 기르느라 쉴 새 없었던 그의 삶.
늘 밝고 명랑하고 재치 있는 말로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그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다른 사람들의 새해 소망에 웃음과 즐거움을 덧입혀주었습니다.
제 소망이요? 한 살 더 먹어 쉰 넷이 되는 저의 소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또 다시 주말부부가 되어 객지에서 혼자 지내야 할 남편의 건강, 두 아이와 사이좋게 지내기, 책 많이 읽고 영화 열심히 보기, 공부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기 등 입니다.
참, 중요한 게 하나 빠졌네요. 몸무게 줄이기! 벌써 오래 전부터 해마다 실패를 기록해왔지만 그래도 불굴의 의지로 또 다시 새해 다짐과 계획 목록에 올렸습니다.
오늘 저녁에 지는 해가 어제와 별다를 게 없고, 내일 아침에 뜨는 해 역시 오늘과 다르지 않다 해도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은 늘 그렇듯이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비록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이 이어질지라도 새로운 날을 온전히 새롭게 맞는 것은 우리 생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오늘, 새 마음으로 새해 새 날을 기다립니다.
<유경 작가>
미처 읽지도 못한 채 자꾸만 새 책을 집안에 들여놓으니 어디에 무슨 책이 꽂혀있는지 찾지 못해 같은 책을 두 번 사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공간이 변함없이 그대로이니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분류 정리라도 하면 좀 나을까 싶어 손을 대봅니다.
책이 대강 정리되면 물건이 뒤죽박죽 널려있는 제 책상을 치울 생각입니다. 너무 지저분해서 손님은 차치하고라도 식구들에게도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이렇게 저는 오늘 대청소까지는 아니고, 자잘한 청소와 정리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연말과 연시는 표현만 그렇지 바로 어제와 오늘 또 오늘과 내일로 이어지니 바꾸어 말하면 청소와 정리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주에는 매달 한 번씩 만나 공부하는 모임의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차례로 돌아가며 2013년 새해 소망을 나눴는데, 제각각 바라는 것들이 다 다른 것 같아도 모아보니 결국 다 통해 있었습니다.
“8년째 병석에 계신 어머니의 건강,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적응, 새로운 직장 구하기, 부족한 공부 보충하기, 가족의 화목과 우애, 운동이나 취미생활 도전, 여행, 신나게 일하기” 그러다가 마지막 순서인 한 회원이 소원을 말하는데 한 마디로 빵 터졌습니다.
“돈벼락 맞기! 돈방석에 앉기!” 20년 넘게 부부 사회복지사로 살아오면서 양로원과 요양원에서 어르신들 섬기고 남매 기르느라 쉴 새 없었던 그의 삶.
늘 밝고 명랑하고 재치 있는 말로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그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다른 사람들의 새해 소망에 웃음과 즐거움을 덧입혀주었습니다.
제 소망이요? 한 살 더 먹어 쉰 넷이 되는 저의 소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또 다시 주말부부가 되어 객지에서 혼자 지내야 할 남편의 건강, 두 아이와 사이좋게 지내기, 책 많이 읽고 영화 열심히 보기, 공부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기 등 입니다.
참, 중요한 게 하나 빠졌네요. 몸무게 줄이기! 벌써 오래 전부터 해마다 실패를 기록해왔지만 그래도 불굴의 의지로 또 다시 새해 다짐과 계획 목록에 올렸습니다.
오늘 저녁에 지는 해가 어제와 별다를 게 없고, 내일 아침에 뜨는 해 역시 오늘과 다르지 않다 해도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은 늘 그렇듯이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비록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이 이어질지라도 새로운 날을 온전히 새롭게 맞는 것은 우리 생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오늘, 새 마음으로 새해 새 날을 기다립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