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여행
새해맞이 여행
by 운영자 2013.01.07
저는 지금 이 글을 프랑스 파리 행 비행기 안에서 쓰고 있습니다.
방학 중인 큰딸, 이번에 대학입시를 치른 둘째딸과 함께 3주 정도 머물다 돌아올 예정이니, 말 그대로 2013년 새해맞이 여행입니다.
언니가 그곳에 살고 있어 숙박비 걱정은 없지만 비행기 삯이 만만찮아서 세 사람 모두 그동안 모아놓은 용돈을 탈탈 털어 떠나는 길입니다.
예전에는 짧은 해외출장에도 부모와 형제자매, 일가친척까지 공항에 나가 배웅할 만큼 외국에 가는 것이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각자 모은 용돈으로 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참으로 많이 누리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을 떠나 기회 자체가 열려있으니까요.
얼핏 보면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30년도 더 지난 일이 떠오릅니다. 전공 필수과목에 사진학이 들어 있었는데 저희 집에는 사진기가 없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언니 친구의 수동카메라를 빌렸고 혹시라도 망가뜨릴세라 조심조심 사용해 무사히 과제를 제출하고 즉시 반납했습니다.
사진기를 무척이나 갖고 싶어 하는 저를 보며 아버지께서 ‘사진학 A를 받아오면 사진기를 사 주마’ 하셨습니다. 다행히 학점은 잘 나왔지만 저희 집 형편에 사진기 구입은 무리였습니다.
마침 그 때 사진기를 빌려주었던 언니 친구네 집에 사정이 생겨 그 사진기를 팔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제가 모은 용돈에 부모님이 보태주셔서 그 사진기를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신나던지 여기 저기 사진 찍으러 돌아다녔고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결혼식 촬영 아르바이트도 심심찮게 했습니다.
물론 번 돈은 필름 값이며 사진 인화료로 다 들어갔지만 참으로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휴대폰에도 사진기가 들어있을 정도로 사진 찍는 일이 쉽고 흔한 시대에, 사진기를 애지중지하며 옷장 서랍 깊숙이 보관했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그런 부족함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을 넘어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만들어주었고, 노력해서 하나씩 얻고 채우는 기쁨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번 파리 여행에서 아이들이 다른 누군가의 호화판 유람과 명품 쇼핑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귀국하는 대로 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것이고, 저는 저대로 또 열심히 일해야겠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 모녀의 행복한 여행이 될 것만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유경 작가>
방학 중인 큰딸, 이번에 대학입시를 치른 둘째딸과 함께 3주 정도 머물다 돌아올 예정이니, 말 그대로 2013년 새해맞이 여행입니다.
언니가 그곳에 살고 있어 숙박비 걱정은 없지만 비행기 삯이 만만찮아서 세 사람 모두 그동안 모아놓은 용돈을 탈탈 털어 떠나는 길입니다.
예전에는 짧은 해외출장에도 부모와 형제자매, 일가친척까지 공항에 나가 배웅할 만큼 외국에 가는 것이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각자 모은 용돈으로 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참으로 많이 누리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을 떠나 기회 자체가 열려있으니까요.
얼핏 보면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30년도 더 지난 일이 떠오릅니다. 전공 필수과목에 사진학이 들어 있었는데 저희 집에는 사진기가 없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언니 친구의 수동카메라를 빌렸고 혹시라도 망가뜨릴세라 조심조심 사용해 무사히 과제를 제출하고 즉시 반납했습니다.
사진기를 무척이나 갖고 싶어 하는 저를 보며 아버지께서 ‘사진학 A를 받아오면 사진기를 사 주마’ 하셨습니다. 다행히 학점은 잘 나왔지만 저희 집 형편에 사진기 구입은 무리였습니다.
마침 그 때 사진기를 빌려주었던 언니 친구네 집에 사정이 생겨 그 사진기를 팔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제가 모은 용돈에 부모님이 보태주셔서 그 사진기를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신나던지 여기 저기 사진 찍으러 돌아다녔고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결혼식 촬영 아르바이트도 심심찮게 했습니다.
물론 번 돈은 필름 값이며 사진 인화료로 다 들어갔지만 참으로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휴대폰에도 사진기가 들어있을 정도로 사진 찍는 일이 쉽고 흔한 시대에, 사진기를 애지중지하며 옷장 서랍 깊숙이 보관했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그런 부족함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을 넘어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만들어주었고, 노력해서 하나씩 얻고 채우는 기쁨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번 파리 여행에서 아이들이 다른 누군가의 호화판 유람과 명품 쇼핑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귀국하는 대로 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것이고, 저는 저대로 또 열심히 일해야겠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 모녀의 행복한 여행이 될 것만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