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팝콘 대신

팝콘 대신

by 운영자 2013.02.14

수요일이 되면 늘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교회를 갈까? 영화를 보러갈까?

순천시민들에게 주어진 문화의 날이라는 서비스가 기독인들에게 주는 폐해랄까~

부쩍 오른 영화관람비 덕에 한푼이라도 저렴하게 관람하기 위한 수단을 다 동원해 영화관에 도착해보면 예전과 다른 영화관 풍경을 보게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고소한 냄새만 풍기며 썰렁하던 팝콘 판매대가 북적댄다.

콤비에 세트에 메뉴도 뭐가 그리 다양한지 확실히 정해놓지 않고 헤매다가는 뒷사람의 원성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하기에 웬만하면 팝콘은 냄새로만 취하지만 조카나 후배라도 데리고 가는 날은 참새 방앗간이 되고야 만다.

요 며칠 팝콘 원가가 인터넷에 화제가 되고 있다.

4000원짜리 미디움사이즈의 원가는 140원, 4500원하는 라지사이즈는 280원이라는데….

‘실제는 500원 차이인데 원가는 두 배라니 이거 라지사이즈를 꼭 먹어야 할 것 같네’ 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겠지 싶다.

영화관 팝콘 가격이 회자 되는 걸 보며 몇 년 전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영화 ‘도가니’가 흥행가도를 달리던 2011년 가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아동성폭력범죄자 공소시효폐지를 위한 전 국민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있었다.

마침 ‘도가니’라는 영화의 흥행으로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아동성폭력 문제는 서명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부차적인 설명이나 언급 없이도 ‘도가니’ 상영관 출구에 자리만 펴면 관람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었다.

전남지역본부에서는 서명운동과 함께 지역사회의 아이를 돕기 위한 소액후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한달에 3000원으로 아이에게 어린 시절부터 나눔에 동참하는 기회를 갖게 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학생, 학부모의 참여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마음이 든든해져왔다.

“나쁜 놈들 이런 놈들은 다 잡아 넣어야 해!”

도가니 관람 후 분노에 찬 음성으로 힘주어 서명을 하던 분들에게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후원 참여를 권유하면 흔쾌히 동참해주시던 이들이 있는가 하면“이런 일은 나라가 해야지” 라고 말끝을 흐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휑하니 돌아서는 이들의 손에는 대부분 팝콘 용기가 들려져 있음은…

매달 3000원의 후원참여가 부담스럽다고 말하며 다 먹지도 못할 라지 사이즈의 팝콘과 탄산음료를 3000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구입하는 이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국가정책이나 사회 환경을 탓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으로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해낸 것 같은 만족감에 젖어 버린 건 아닌지….

그들의 외면 때문이 아니라 식품첨가물 덩어리인 팝콘보다 마음을 나누고 함께 하는 후원참여가 몸과 영혼을 얼마나 맑게 하는지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싶은 생각에 씁쓸해졌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된 캠페인을 통해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서명을 이끌어내고 그렇게 아동성폭력범죄가 공소시효 폐지라는 성과물을 얻어낼 수 있었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과 영화가 큰 몫을 하였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고, 전남지역본부에서 더불어 실시한 후원참여 캠페인에 순천·여수·목포지역 영화 관람객 400여명이 후원에 동참해 줬다.

그렇게 다달이 모여진 후원금은 아동학대 및 성폭력피해 아동을 위해 알차게 쓰이고 있다.

그 400여명의 후원참여자 가운데 용돈을 쪼개 후원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은 순간의 우발적 선택으로 인해 달달한 캐러멜 팝콘의 유혹을 눈물을 머금고 물리쳐야 할 것이고, 자녀 이름으로 후원에 동참한 학부모들은 두 달에 한번 볼 영화를 서너 달 만에 한번정도 관람하는 피해(?)를 입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깊이 머리 숙여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 손해는 지역사회의 아름다운 회복으로 돌려드리고 싶다. 아이들의 설움을 덜어주기 위한 여러분의 노력으로 서럽지 않은 설을 보낸 아이들을 보며,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회복지사
<유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