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를 좋아하는 한 스님이 차를 마시며 명상하는 오두막을 짓고는 그 오두막집 이름(편액)을 짓기 위해 오래전부터 존경하는 선사를 초대하였다.

그런데 마침 스님은 선사가 오는 당일 날, 급한 볼일이 있어 집을 비우게 되었다. 결국 제자에게 ‘다음에 와 달라’는 편지를 보냈는데, 그 선사는 편지를 받지 못했다.

그 날 스님 볼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집을 비운 사이에 그 선사가 다녀갔다. 선사는 스님에게 이런 쪽지를 하나 남겼다.

“이 게으른 스님아, 나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스님은 선사를 찾아가 깊이 사죄를 하고, 집에 돌아와 제자들에게 이런 교훈을 남겼다.

“오늘, 오늘하고 그날을 충실히 살아갈지어다. 내일 목숨이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예전에 어느 어록에서 읽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이제야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 익히 알고 있던 진리인데, 오늘 각인했다는 것은 어느 분야의 진리도 깨닫는 시절인연이 있는가보다.

기약할 수 없는 인생이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법이요, 행복해야 한다.

어떤 무엇을 기대하고 행복을 바라는 것인가. 타인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으며, 주위 환경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현재 순간에 행복을 느끼고, 내 스스로 찾고 발견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불교 어록에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하였다.

‘일진이 좋으니’, ‘일진이 나쁘니’ 하는 그런 방정맞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가끔 신도님들로부터 ‘이사를 가고 싶은데 어느 방향, 어느 날에 가면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가고 싶은 날 가시면, 그 날이 가장 좋은 날입니다.’라고 답해준다. 특정한 길일(吉日)이 어디 있겠는가?!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자신이 가고 싶을 때 가면 그 날이 가장 좋은 날이요, 최적의 시기인 것이다.

승진하고, 대학에 합격하고, 많은 돈을 벌고, 집을 사고...... 어떤 것을 성취했다고 하자. 그것을 누리는 기쁨이 얼마나 가겠는가.

몇 시간, 며칠만 지나면 인간은 또 다른 욕망을 꿈꾼다. 그러니 작은 일에 행복을 발견하는 그 시점, 인생의 순간순간 과정이 인생의 목적이어야 하고, 보람된 것이어야 한다.

행복을 너무 멀리서 찾지 말자. 내일이란 없는 것이다. 오늘 핀 꽃잎은 오늘 아름다운 것이지, 내일은 벌써 지고 사라져 버린다. 매일 매일, 이 순간순간이 소중한 것이요, 그 처한 현재의 오늘, 이 자리가 인생 최고의 시점이다.

<정운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