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온천의 천사
지옥온천의 천사
by 운영자 2013.02.22
하얀 수증기가 도시 곳곳에 뿌옇게 뿜어져 나온다. 어디든 땅을 파면 온천수가 콸콸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일본 큐수지방 남단에 위치한 벳부는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 온천휴양지다. 온천수가 넘쳐 70%가 바다로 흘러든다니 아깝고 부럽다. 칸나와 온천마을의 ‘효탄온천탕’을 찾았다.
온천료 700엔에 유카타 대여료는 300엔. 온천탕 시설은 낡았지만 야자수가 2층 높이의 천정을 뚫고 서있어 운치가 있다. 춥고 긴 겨울의 잔해를 씻어내며 온천욕의 호사를 누린다.
증기 한증막에서 땀을 낸 뒤 흐르는 물속을 걷는 보행욕이 색다르다. 황토바닥에 앉아 쏟아지는 폭포수를 맞으니 어께에 굳은 근육이 풀린다.
온천의 따뜻한 김을 쐬는 온천흡입탕은 칼칼한 목을 부드럽게 해준다. 모래온천탕은 남녀공용으로 유카타를 입고 들어간다. 온천수에 축축하게 젖은 모래를 전신에 덮고 누우니 지압효과를 느낀다.
마지막 코스로 노천온천탕에 두 다리를 쭉 뻗고 머리를 욕탕 난간에 기댄다.
수중기가 곰실곰실 몽환적으로 피어오르고 한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은 삼나무가 뿜어내는 숲의 향기가 상큼하다. 차가운 대기의 청명한 기운과 뜨끈한 온천수의 조화가 ‘두한족열(頭寒足熱)’의 노천욕 묘미다.
아침에 일어나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혈액순환에 좋다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머리가 명징해지며 심신의 피로가 눈처럼 녹는다.
사노라고 뇌신경을 쓰다보면 불기운이 머리로 올라가 뒷골이 땅기고 화병이 생기기에 늘 머리를 차게 해야 한다. 대나무를 이용하여 온천수를 적당한 온도로 식혀주는 과정도 인공이 가미되지 않아 믿음이 간다.
효탄온천수는 신경통, 만성소화기 질환에 효능이 있다기에 배불뚝이가 되도록 마셨다.
온천을 마친 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도심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며 산책했다.
산자락은 물론 집 안 배수구에서도 모락모락 수증기가 솟아 온천도시를 실감한다.
골목 한 귀퉁이 낡고 초라한 단층 온천탕은 입욕료 100엔이라 써 놓았다. 60·70년대 한국 동네 목욕탕처럼 후져서 더 정감이 간다.
벳부의 명물은 지옥온천 순례. 약 1300년 전 화산작용으로 뜨거운 증기와 온천수가 분출되면서 형성된 지옥온천은 마치 연옥(煉獄)을 연상시킨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돌 사이에서 증기가 새어나오는 모양이 화덕을 닮았다는 가마도 지옥온천에 들렀다.
작은 연못에 고인 온천수 빛깔이 다채롭다. 푸른빛을 띤 ‘바다지옥’, 진흙탕에 부글부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증기가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는 ‘스님지옥’, 산화된 철 성분이 붉은 빛을 띤 ‘혈지옥’에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관광안내원이 나와 솟아나는 수증기에 담배연기를 뿜으니 구름처럼 뭉실뭉실 피어오른다. 알카리성인 증기에 산성인 담배연기를 뿜으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구름층이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골초인 내게 꼭 맞는 직업이다”고 했더니 일행이 “취직하라”며 맞장구친다.
관광객이 증기에 익힌 계란을 사면서 환전한 엔화를 봉투 채 판매대에 두고 갔다. 종업원이 주인을 찾아 나섰고 팔순의 한국 관광객이 분실자로 확인됐다. 돈 봉투 주인을 찾아주는 젊은 종업원은 지옥온천의 천사를 닮았다.
<이규섭 시인>
일본 큐수지방 남단에 위치한 벳부는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 온천휴양지다. 온천수가 넘쳐 70%가 바다로 흘러든다니 아깝고 부럽다. 칸나와 온천마을의 ‘효탄온천탕’을 찾았다.
온천료 700엔에 유카타 대여료는 300엔. 온천탕 시설은 낡았지만 야자수가 2층 높이의 천정을 뚫고 서있어 운치가 있다. 춥고 긴 겨울의 잔해를 씻어내며 온천욕의 호사를 누린다.
증기 한증막에서 땀을 낸 뒤 흐르는 물속을 걷는 보행욕이 색다르다. 황토바닥에 앉아 쏟아지는 폭포수를 맞으니 어께에 굳은 근육이 풀린다.
온천의 따뜻한 김을 쐬는 온천흡입탕은 칼칼한 목을 부드럽게 해준다. 모래온천탕은 남녀공용으로 유카타를 입고 들어간다. 온천수에 축축하게 젖은 모래를 전신에 덮고 누우니 지압효과를 느낀다.
마지막 코스로 노천온천탕에 두 다리를 쭉 뻗고 머리를 욕탕 난간에 기댄다.
수중기가 곰실곰실 몽환적으로 피어오르고 한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은 삼나무가 뿜어내는 숲의 향기가 상큼하다. 차가운 대기의 청명한 기운과 뜨끈한 온천수의 조화가 ‘두한족열(頭寒足熱)’의 노천욕 묘미다.
아침에 일어나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혈액순환에 좋다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머리가 명징해지며 심신의 피로가 눈처럼 녹는다.
사노라고 뇌신경을 쓰다보면 불기운이 머리로 올라가 뒷골이 땅기고 화병이 생기기에 늘 머리를 차게 해야 한다. 대나무를 이용하여 온천수를 적당한 온도로 식혀주는 과정도 인공이 가미되지 않아 믿음이 간다.
효탄온천수는 신경통, 만성소화기 질환에 효능이 있다기에 배불뚝이가 되도록 마셨다.
온천을 마친 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도심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며 산책했다.
산자락은 물론 집 안 배수구에서도 모락모락 수증기가 솟아 온천도시를 실감한다.
골목 한 귀퉁이 낡고 초라한 단층 온천탕은 입욕료 100엔이라 써 놓았다. 60·70년대 한국 동네 목욕탕처럼 후져서 더 정감이 간다.
벳부의 명물은 지옥온천 순례. 약 1300년 전 화산작용으로 뜨거운 증기와 온천수가 분출되면서 형성된 지옥온천은 마치 연옥(煉獄)을 연상시킨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돌 사이에서 증기가 새어나오는 모양이 화덕을 닮았다는 가마도 지옥온천에 들렀다.
작은 연못에 고인 온천수 빛깔이 다채롭다. 푸른빛을 띤 ‘바다지옥’, 진흙탕에 부글부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증기가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는 ‘스님지옥’, 산화된 철 성분이 붉은 빛을 띤 ‘혈지옥’에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관광안내원이 나와 솟아나는 수증기에 담배연기를 뿜으니 구름처럼 뭉실뭉실 피어오른다. 알카리성인 증기에 산성인 담배연기를 뿜으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구름층이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골초인 내게 꼭 맞는 직업이다”고 했더니 일행이 “취직하라”며 맞장구친다.
관광객이 증기에 익힌 계란을 사면서 환전한 엔화를 봉투 채 판매대에 두고 갔다. 종업원이 주인을 찾아 나섰고 팔순의 한국 관광객이 분실자로 확인됐다. 돈 봉투 주인을 찾아주는 젊은 종업원은 지옥온천의 천사를 닮았다.
<이규섭 시인>